[ET톡]학제개편보다 시급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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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책이 연일 뜨거운 감자다. 얼마 전까지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으로 대학가가 들썩였는데 돌연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교육부가 유아 단계부터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며 초등 취학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것을 발표했다.

그러나 입학 연령을 앞당기는 것으로 얻는 긍정 효과가 모호한 가운데 사교육 과열, 과밀학급, 돌봄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 발생 가능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교원단체, 학부모단체는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 정책이 대통령 공약에 있던 내용인가 싶어 다시 공약집을 찾아보았다.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큰 주제 아래 '우리 아이' 부문에선 아이 돌봄 서비스 강화,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 및 단계적 유보통합 추진, 초등전일제 교육 실시 및 초등 돌봄 저녁 8시까지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공약, 주요 국정과제 어디에도 만 5세 입학 추진이란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 모두가 갑자기 튀어나온 만 5세 입학 정책에 의아해 하고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정부 주요 관계자로부터 '신속한 공론화'와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정책 철회 가능성'이 동시에 언급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교육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국가 주요 교육정책을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서 안정적으로 추진하려고 꾸린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이 연기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교육 정책의 실행에는 시·도교육청, 교육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와 학부모의 신뢰 및 협조는 필수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교육이 최악의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된 것은 교사와 학부모의 희생 및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 동안 제대로 등교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방역과 교육 활동 정상화를 이어 가면서 동시에 미래 교육을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입시경쟁에서 촉발해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교육비는 어떻게 경감하고 공교육의 질은 또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는 오랜 숙제다. 학제 개편도 그 일환이다. 여기에 비대면 원격교육의 효과와 한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교육 현장 활용 방안, 미래 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교육 내용 개편 등을 논의해야 한다.

이 같은 숙제야말로 정부가 장기적으로 연구와 공론화를 통해 살펴야 할 교육 현장의 고민이다. 각국 선진국이 시급하게 고민하는 미래 교육의 방향성은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새로운 교육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를 생각해 볼 시점이다. 학부모와 교사는 교육부에 위로나 공감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과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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