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 백혈병 치료제에서 뇌염증 및 인지기능 치료 가능성 발견

한국뇌연구원(KBRI·원장 서판길)은 허향숙 박사 연구팀이 '닐로티닙(Nilotinib)이 뇌염증 및 뇌염증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를 회복시킨다'는 효과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닐로티닙은 암세포나 퇴행성뇌질환에서 과활성화된 타이로신 효소 중 Abl효소(만성골수성 백혈병에 특이적으로 과활성되는 타이로신 효소)의 활성을 특이적으로 저해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뇌염증 및 신경염증, 인지기능에 대한 명확한 치료기전이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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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숙 한국뇌연구원 연구본부 퇴행성뇌질환 연구그룹 책임연구원

뇌염증 또는 신경염증은 알츠하이머 또는 파킨슨 질병과 같은 퇴행성뇌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신경염증성물질을 분비하는 미세아교세포 혹은 성상세포의 활성에 의해 조절된다.

연구팀은 닐로티닙이 미세아교세포 및 성상세포에서 닐로티닙 반응-특이적 신호전달 (AKT/P38 signaling)을 억제해 신경염증성 분자타깃(SOD2)을 감소시켰다. 신경염증을 유도한 마우스의 전두엽 및 해마의 미세아교세포 및 성상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신경염증을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닐로티닙이 만성-신경염증으로 유발된 기억 장애 및 신경수상돌기 상실을 회복 시킴으로써 신경염증 및 기억력과 관련된 퇴행성뇌질환 질병의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을 뒷받침 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FDA 승인을 받은 기존 약물의 새로운 질병 타깃을 설정하는 '신약 재창출 기법'이 적용됐다. 미국에서는 닐로티닙의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 질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로 임상 3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신약 개발 소요비용과 임상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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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제1저자인 김지은 한국뇌연구원 퇴행성뇌질환연구그룹 박사후 연구원.

허향숙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로 FDA에 승인된 약물 즉 현재 백혈병에 사용되어 지고 있는 약물이 퇴행성뇌질환의 발병 단계에서 발생하는 신경염증 및 인지기능 저해를 조절함으로써 심각한 단계로의 심화될 수 있는 질병을 조기에 예방 또는 치료할 가능성을 밝혀냈으며, 후속 연구로 퇴행성 뇌질환의 병리기전 조절에 효과가 있는 약물 및 신규 분자타겟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제의 도움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뇌염증 과학 분야의 세계적 수준 학술지 '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 제1저자는 김지은 한국뇌연구원 퇴행성 뇌질환연구그룹 박사후 연구원이며, 이현주 연구원, 석사과정 박진희 씨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