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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소고르지아(Chrysogorgia)라는 산호의 일종. 사진=Deep CCZ/NOAA

“우리가 달의 뒷면보다 심해에 대해 아는 게 훨씬 적다는 걸 아십니까?”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대사다. 이 말처럼 인류는 수억년 전 어떤 충돌로 달의 뒷면에 분화구 생겼는지는 추측해냈지만, 삶의 터전인 지구의 심해에는 어떤 생물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인류는 바다의 20%만을 탐사했다. 그렇다고 탐사한 바다의 모든 생물을 아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해저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 연구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종의 다양성을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탐사선이 새로운 생물의 표본을 수집하기 위해 해저를 헤매고 있다.

영국의 국립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의 탐사 로봇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 박물관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있는 북동태평양 클라리온 클리퍼턴 지역(CCZ)에서 원격조종 탐사선으로 표본을 수집한 끝에 39종의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고 국제 과학 저널 ‘주키즈(ZooKeys)’를 통해 밝혔다.

영국 국립 자연사 박물관이 2018년부터 탐사를 시작해 수집한 생물 표본은 총 55점. 이 가운데 48점이 모두 다른 종이었다. 39점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이었으며, 9점은 기존에 등록되어 있어 해당 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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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국 국립 자연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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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eep CCZ/NOAA

원격 조종 로봇은 새로운 생물을 청소기처럼 보이는 투입구로 빨아들이거나 로봇 팔로 집어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표본은 포르말린에 보존된 오래된 것들과 달리 DNA 추출이 훨씬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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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eep CCZ/NOAA

박물관이 새롭게 발견한 종 가운데 하나가 ‘젤리 다람쥐(gummy squirrel)’라는 별명을 가진 ‘사이크로포테스 론지카우다(Psychropotes longicauda)’. 해삼의 일종이다. 꼬리가 달린 노란색의 해삼은 수심 5100m에 서식한다. 몸길이는 꼬리를 포함해 60cm. 오른쪽 입술처럼 생긴 곳이 실제로 먹이를 섭취하는 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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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eep CCZ/NOAA

투명한 몸통에 발가락 같은 다리가 달려있는 흰색의 신종 생물 역시 ‘페니아곤 비트레아(Peniagone vitrea)’라는 해삼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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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eep CCZ/NO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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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eep CCZ/NOAA

거대한 흰색 튤립처럼 생긴 ‘히알로네마(Hyalonema)’ 바다 스폰지도 새로운 종이다. 구멍이 뽕뽕 뚫린 이 해면동물은 지름 8cm 정도로, 지름 1cm도 되지 않는 얇은 줄기로 심해 바닥에 고정돼 있다. 얇은 다리가 인상적인 불가사리류, 조로아스터 스타피쉬(Zoroaster starfish) 신종도 발견됐다.


박물관의 심해 연구 파트를 담당하는 에이드리언 글로버 박사는 “이번 표본 수집은 한 그룹에서도 다양성이 매우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탐사를 통해 해양 자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