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민선 8기 시정과제 가운데 핵심 키워드다. ABB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해서 대구 50년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조직 개편을 통해 시정혁신단 등 시장 직속 기관과 혁신성장실, 미래ICT국 등을 신설했다. 관련 산업을 이끌어 온 시 산하 공공기관의 통폐합 안도 최근 대구시의회를 통과했다. ABB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름대로 군살도 뺐고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물론 대규모 조직 개편과 유례없는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이 향후 지역 산업에 어떤 시너지효과를 가져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지속해서 제기돼 온 사업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 및 예산 낭비, 지역 내 첨단산업 분야 지원기관 간 소모적 경쟁, 비대해진 기업지원기관의 나태함 등은 다소 해소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ABB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만한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사업인 지역특화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사업에 선정됐다. 2년 동안 24억원을 투입한다. 많은 예산은 아니지만 대구와 제주·광주가 초광역 차원으로 협업해서 무역 전시컨벤션, 특화산업관광 분야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지역주력 수출기업 비즈 플랫폼 구축사업에도 선정됐다. 3년 동안 67억여원을 들여서 전국 최초로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통상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디지털 통상을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전국에서 최초로 구축, 디지털 무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ABB 분야 사업을 지원할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공공기관 통폐합 구조조정에서 제외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대구지역 ICT·SW 기업과 산업을 전담 지원해 온 DIP가 타 기관에 흡수될 경우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대구의 ABB 산업 앞날에도 결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DIP가 독립된 조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된 만큼 ABB 생태계 조성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ABB 산업 육성은 대구를 디지털 선도도시로 대전환하는 핵심 자산이 되어야 한다. 관련 기업과 연구개발(R&D)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기업 및 산업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또 관련 기업과 R&D 조직을 대구로 유치해서 동대구벤처밸리, 수성알파시티를 기술과 사람이 모이는 대구의 판교테크노밸리로 조성해야 한다.
홍 시장이 강조하는 '대구 미래 50년 번영'의 첫 출발점은 ABB다. 관련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조직을 정비한 만큼 이제 전문가를 통해 세밀한 정책을 발굴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짠 뒤 전폭적인 예산 및 행정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