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 관련 기사나 자료를 찾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단어가 있다. 탈중앙화(Decentralization)가 그것이다. 위키피디아는 탈중앙화를 어떤 조직의 활동, 특히 계획이나 의사결정과 관련된 활동을 중앙의 권위 있는 집단으로부터 (다수에게) 분산하거나 위임하는 프로세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그것을 나눠 주는 행위나 절차가 바로 탈중앙화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IT업계에서 말하는 탈중앙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털(VC)인 a16z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딕슨은 현재까지 인터넷 서비스는 초기 성장단계에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해서 사용자를 유혹하고 열린 생태계를 만들어서 참여하는 개발자나 사업체들과 협력한다. 하지만 충분히 성장하고 난 뒤에는 네트워크 힘이 너무나 강력해져서 사용자들을 착취하고, 서드파티 개발자나 사업체들과 경쟁해서 그들의 이익까지 빼앗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런 독점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들의 횡포와 탐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정보를 다수의 사용자에게 분산하면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 독점된 데이터로부터 생기는 권력 집중을 원천 차단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이가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탈중앙화를 중심으로 하는 많은 용어와 서비스가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살짝만 맛보기로 알아보자. 디파이(DeFi)는 Decentralized Finance의 줄임말로, 정부나 금융기관 통제를 받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로 예금·결제·보험·투자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탈중앙화 금융시스템을 말한다. DID는 Decentralized Identifier의 약자로, 외부 해킹으로 말미암아 번번이 유출되던 민감한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보관하지 않고도 스스로 필요할 때마다 블록체인 지갑에서 꺼내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전자신분증 시스템을 말한다. Web3.0은 블록체인 등의 분산화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 참여자가 수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웹 작동 모델이다. 사용자의 데이터, 개인정보 등이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개인이 소유하고 보호하는 탈중앙화 웹을 일컫는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살기를 꿈꾸는 이들은 현실세계의 각종 규제와 권력자들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며, 앞에서 열거한 많은 기술적 장치가 이를 가능케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하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내 통장에 얼마나 많은 예금이 있는지 그것을 어디에 쓰는지 누구에게도 알려줄 필요가 없으며, 누구도 그것을 들여다보지 못해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많은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디파이를 적용하고 DID를 사용하게 하고 있으며, 다양한 탈중앙화 장치를 제도적·기술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하려 하고 있다. 탈중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메타버스는 진정한 메타버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세상은 낙원일까. 탈중앙화를 가능케 하는 여러 장치가 창조하는 메타버스는 익명 세계다.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자는 자신의 실제 모습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아바타를 앞에 내세워서 타인과 소통한다. 신분이 전혀 노출되지 않으며, 현실과 비교해 제한적으로만 상대를 인식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람들이 더 쉽게 범죄 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로블록스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나 인종차별 행위가 종종 발생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로블록스 측은 악의적이고 부적절한 콘텐츠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며, 안전하고 깨끗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루나 테라 사태도 디파이에 있는 위험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탈중앙화를 허상뿐인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역설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웹3.0은 헛소리(Bull Shit)처럼 들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탈중앙화는 우리를 낙원으로 인도할까 아니면 또 다른 지옥의 문이 될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김창동 루씨드드림 대표 cdkim@LDfac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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