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경선 중앙위 투표 비율 70% 차지
이재명 외 후보 1차 컷오프 통과 급선무
저마다 '시대교체·세력교체' 내세우며
기존 구조와 다른 '새로운 정치' 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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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모드로 전환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은 앞으로 2년은 물론 그 뒤 4년까지도 새로운 지도부가 깔아놓은 바탕에서 활동하게 된다.

지난 18일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자 신청 접수를 마친 결과 당대표에 8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상 1강으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이 막바지에 출사표를 낸 가운데 현역 의원 중에서는 박용진, 김민석, 강훈식, 강병원, 박주민 의원 등이 신청했다. 친 이낙연계 좌장인 설훈 의원도 이 의원을 막겠다며 출마했다. 청년 그룹에서는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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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차 관문은 예비경선(컷오프) 통과 여부다. 민주당은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에서 중앙위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하기로 했다. 세 명만이 본선에 오를 수 있다. 결국 당 안팎으로 인지도가 높은 이재명 후보를 제외하면 다른 후보들은 컷오프 통과가 우선 과제다.

◇중앙위 투표 70%…컷오프 통과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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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비경선에서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반영되지만 중앙위 투표가 70%인 탓에 당내 인지도나 조직 등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러 언론사에서 진행 중인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좋은 순위를 확보해도 막상 컷오프 단계에서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일부 의원들의 컷오프가 예상된다. 당대표 출마를 밝힌 후보들이 지역 순회 일정을 곧바로 소화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예비 경선을 마치면 지역순회 방식의 전당대회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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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더불어민주당 혁신 방안 관련 기자회견. 연합뉴스

우선 8월 6일과 7일에는 강원대구경북과 제주인천 등을 방문한다. 이후 13~14일에는 부산·울산·경남과 세종충북충남대전을 찾는다. 20일과 21일에는 민주당의 뿌리인 광주전남전북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27일과 28에는 서울 경기 지역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28일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피날레 행사를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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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여부는 당대표 출마자들의 가치 경쟁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출마선언 때 보여준 많은 긍정적이고 새로운 가치에 대한 고민들이 치열하게 토론돼 민주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힘을 주는 전당대회 국면을 만들어 나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후보자들 앞다퉈 '정치개혁' 외쳐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정치개혁이다. 지난 대선에서 일찌감치 '시대 교체'를 외쳤던 이재명 의원은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도 정치개혁을 꺼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비례민주주의 강화, 위성정당금지, 국민소환제, 의원특권제한, 기초의원 광역화 등 정치교체를 위한 정치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정치개혁안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였던 이 의원이 내걸었던 공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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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병원 의원은 조금 더 구체적인 정치개혁안을 언급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제 개편, 헌법 전문 수정 등을 제시했다. 강 의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실시하고 책임총리제를 헌법에 명시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분산하겠다. 국민 통합을 위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2016년 촛불항쟁을 헌법전문에 포함해 국민이 달성한 민주주의의 성취를 다 함께 공유하는 화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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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학 전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세대를 넘는 세력교체를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난 세대교체론자가 아닌 세대 공존론자”라며 “노·장·청이 섞여 경륜과 패기로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논의하며 해결해 가는 민주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세대교체가 아닌 세력교체를 하겠다. 적대적 공생관계의 낡은 정치구조를 바꿀 새로운 세력을 모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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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훈식 의원도 정치개혁을 내세웠다. 강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이제는 민주와 반민주 구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다. 차별과 분열로 고통받는 약자와 갈라치기로 이익을 얻는 기득권이 대립하는 시대”라며 “이 시대에 맞는 준거집단과 새로운 진보의 내용을 제시하겠다. 기본과 상식의 정치와 국민이 공감하고 쓸모 있는 정치가 민주당이 다시 서는 시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명·반명간 대립구도로 변질 우려도

다만 이번 전당대회는 친명·반명 등 계파 갈등으로 흘러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우선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돌렸지만 당대표 출사표를 던지며 이를 돌파하겠다고 시사한 탓이다.

컷오프를 전후로 반명계 단일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친 이낙연계 핵심인 설훈 의원은 출마 선언 이후 취재진과 만나 “자연스럽게 (반명) 단일화가 될 것 같다.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도부는 전당대회가 계파싸움으로 흐르는 것을 우려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친 인신비방이나 선거의 공정성·건강함을 해칠 수 있는 국면으로 전환될 때는 개입할 생각”이라고 경계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4년 뒤 서울시장을 향한 당내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구가 충남 아산인 강훈식 의원과 원외인 이동학 전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울이 지역구인 국회의원이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확실한 2등을 차지한다면, 차기 정계 개편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