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TA 시대 '미래전략']<10>중소벤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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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모든 산업은 물론 사회, 생활 등 전 분야에 대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네트워크 혁명인 4차 산업혁명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디지털 대전환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모든 사람·사물 간 연결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대규모 데이터가 핵심이다. 모든 사람·사물 간 연결이 5G·6G 통신을 통해 초연결이 되면 이를 통해 얻어지는 엄청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하고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 바로 디지털 대전환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은 물리적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융합을 의미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구현을 지향하고 있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은 우리가 사는 물리 세계, 즉 현실 세계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이버 세계, 즉 가상 세계에 구현해 융합된 시스템으로 최근 메타버스로 발전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I와 데이터,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대전환이 바로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고 메가트렌드가 된 것이다. 인류 문명에 대전환을 가져온 코로나 팬데믹도 디지털 대전환을 한층 가속시켜 AI 메타버스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기업생태계 경쟁의 시대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AI 메타버스 시대가 되면 국가 경쟁은 기업 단위 경쟁보다 기업생태계 경쟁이 중요해진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규모와 범위가 커서 한 기업은 물론 한 국가만으로도 따라갈 수 없어 대기업, 중소벤처기업을 포함하는 기업생태계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발전사를 보면 창업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의 정상적인 성장사다리를 통한 자연발생적 기업생태계 발전이라기보다 과거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위한 정부 주도의 대기업 육성이 이루어지면서 중소벤처기업 육성이 따라오는 수순의 기업생태계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삼성, 현대차, LG, SK그룹 등 글로벌 경쟁력과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우리 중소벤처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생태계 발전을 통해 AI 메타버스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생태계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의 중요성 증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기업생태계 경쟁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중요성이 대단히 커진다. 디지털 대전환은 전술한 바와 같이 초연결 사물인터넷, 데이터, AI 등 디지털 기술혁신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명적으로 혁신하게 된다. 즉, 비즈니스 모델이 과거 대량 생산·소비 체제에서 맞춤화 및 개인화 생산·소비 체제로 바뀌는 것이 그 요체다. 디지털 대전환 이전에는 기업과 소비자의 연결성이 약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 대한 시장조사를 통해 제품 개발과 판매가 이루어지는 대량 생산·소비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주류를 이루었다.

반면에 디지털 대전환 이후에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 간의 초연결을 기반으로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와 취향에 맞춰 제품 개발과 생산·판매가 이루어지는 맞춤화 내지 개인화 생산·소비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바뀌고 있다. 즉, 초연결을 통한 고객 데이터 확보 및 AI 분석을 통해 소비자 개개인에 대한 '취향 저격'이 가능해진 것이다. 패션, 화장품 등 소비재(B2C)의 경우 이 추세는 완연하게 나타나고, 이에 따라 소재, 부품 등 중간재(B2B)의 경우도 단위 생산량이 과거 대비 현저히 작아짐에 따라 기종 변경이 대폭 증가하고 있어 생산의 유연성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이 야기한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따라 기업은 규모의 경제보다 속도 및 유연성 경쟁력이 더욱 중요한 핵심 성공 요소가 되고 있다. 속도와 유연성에 강점을 가진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높은 기술력을 가진 혁신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기업생태계를 가진 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빠른 중소벤처기업이 서로 협력해 그룹이나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 마케팅·R&D·생산·구매 등 공동사업을 통해 속도와 규모 경쟁력을 함께 확보해 나가면 기업생태계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 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대목이다.

디지털 대전환 중소벤처기업 혁신 미래전략

디지털 대전환의 특성과 전개 방향을 살펴보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중소벤처기업의 미래 전략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미래 전략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기업 시스템, 기술, 사람, 시장의 5대 혁신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5대 혁신 중 가장 선행돼야 한다는 면에서 중요성이 제일 크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은 기술혁신이 촉발한 비즈니스 모델 혁명이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선결 요건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 경영의 핵심 모델로서 고객, 제품 및 서비스, 운영 모델, 수익 모델의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고객 데이터 확보가 시작점이다. 고객 데이터베이스의 지속적 유지 관리가 필요하고 회원제를 통한 회원 확대도 효과적이다. 확보된 고객 개개인 데이터 분석은 물론 온라인상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개별적 및 전반적 취향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다. 운영 모델은 데이터 마케팅, 디지털 트윈 기반의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제품 개발 및 생산의 최적화, 온라인 및 오프라인 판매의 융합 등 다양한 디지털 대전환 기술로 혁신되고 있다. 수익 모델은 초연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모델(Pay-Per-Use)', 구독모델 등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 혁신에서는 대량 맞춤화를 넘어 개인 맞춤화와 함께 친환경 제품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제품 서비스화 등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세계적 추세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판매에 집중됐으나 이제 제품 판매와 함께 제품 사용 전주기에 걸친 서비스를 상품화하고 있다. 가령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자동차 판매만이 아니라 유지보수는 물론 카셰어링, 광고, 전자상거래, 위치정보서비스, 보험, 클라우드 서비스, 충전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 모델을 망라한 모빌리티 산업으로 빅뱅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화, 제품과 금융의 융합, 데이터 기반 모델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둘째, 마케팅, 개발, 제조, 경영 등 기업 시스템 혁신이다. 여기서 순서가 중요하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먼저 이루어지고 이에 맞는 기업 시스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중점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 없이 제조 시스템만 바꿔서는 안 된다. 기존의 대량 생산 기반인지 새로운 개인화·맞춤화 생산 기반인지 등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먼저 이루어지고 이에 적합한 스마트 공장 등 제조 시스템이 구축돼야 성공할 수 있다. 기업 시스템 전반에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기술혁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 시스템 혁신이 모두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AI, 데이터, 사물인터넷, 5G·6G 통신, 클라우드, 메타버스, 로봇 등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 기술에 대한 역량 확보가 핵심이다. 인적·재무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은 개방형 기술혁신과 기술 협력에 주력해야 한다. 대학, 국책연구원 등 외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기업 간 공동 개발 등 기술 협력에 나서야 하고 정부는 이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사람의 혁신이 중요하다. 디지털 대전환이 기업 환경에 대변화를 초래하고 디지털 네이티브로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MZ 세대가 소비자와 조직 구성원의 신주류가 됨에 따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인사 등 경영 전략 전반에 걸친 총체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새 시대의 새로운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등 인적 투자의 확대가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의 인적 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우리 사주, 스톡옵션, 직무 발명 보상 등 회사-직원 간 성과공유 제도의 확산에 기업은 물론 정부의 획기적 지원이 중요하다.

다섯째, 시장 혁신은 글로벌화 확대가 중요하다. 작금의 보호무역주의 부상,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 일련의 상황을 우리나라는 글로벌화 후퇴와 자국 회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사실상 탈세계화는 탈중국화를 의미해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에 큰 위협인 동시에 글로벌화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필수 숙명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발상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AI 메타버스 시대에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기업 시스템·기술·사람·시장의 5대 혁신으로 우리 중소벤처기업의 성공을 기대한다.

주영섭 서울대 특임 교수·국제미래학회 자문위원

<필자 소개>

주영섭 교수는 서울대 특임교수와 한국디지털혁신협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국제미래학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14대 중소기업청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 MD를 역임했다. 현대오토넷, 본텍 대표이사 등 산학연관을 두루 거치며 산업과 중소벤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