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대구시 공공기관 통폐합 대상서 제외...전문성 강화 판단

대구시의 공공기관 통폐합 대상기관에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제외됐다. 관련 업계가 생태계 붕괴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특히 해당 공공기관 관련 정부 부처가 나서 통폐합에 반대함에 따라 부담을 느낀 대구시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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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전경

지난달 말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는 통폐합 대상 18개 기관 가운데 대구테크노파크와 DIP,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등 3개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산 절감과 중복지원의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발표 직후 관련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지역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들로 구성된 대경ICT산업협회는 “DIP를 대구TP로 흡수시킨다는 방안은 지역 IT·SW 산업을 포기하자는 것이며, 기관 역량을 강화해 지원을 확대하지 못할망정 통폐합하는 것은 지역에서 관련 산업을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4차 산업시대에 ICT가 주도해 제조기업 성장을 이끄는 추세가 뚜렷한데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기관 전문성과 역할을 약화하는 통폐합 추진은 지역 산업에 도움이 안 된다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게다가 지난해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독립된 조직이라는 조건에 부합해 지정받은 SW거점기관이 법적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SW 거점기관은 해당 기관이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ICT·SW 사업을 기획·평가·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통폐합이 되면 SW 거점기관이 상실될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SW 관련 다양한 정부 사업을 유치하는데 난항이 예상됐었다.

대구시는 이에 따라 13일 공공기관 통폐합 구조조정안에서 DIP를 제외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DIP는 주무관청인 과기정통부에서 정부 차원 디지털혁신 추진을 위해 대구에 전문조직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가 앞으로 추진할 ABB(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확산을 위해 DIP를 단독 조직으로 유지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역 ICT 업계은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지역업체 관계자는 “DIP가 독립된 조직으로 지역 ICT산업을 다시 견인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DIP가 대구시가 추진하는 ABB 사업을 전담해 기능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DIP를 제외한 구조조정안이 담긴 조례안을 오는 19일 시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