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G 채널' 수 1년 새 144개→26개로 급감

무료 콘텐츠 채널 20% 수준 줄어
홈쇼핑 프로그램이 절반 차지
미국에 500개 채널 제공과 대조
유료방송·OTT 강세에 수요 '뚝'
송출가격 협상 부진도 요인 작용

LG전자 국내 무료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채널 수가 1년 전에 비해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남아있는 채널도 절반 가까이가 홈쇼핑 채널이다. LG전자가 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500개 이상 무료 채널을 제공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례없는 서비스 축소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현재 LG전자 무료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인 'LG채널'에서 제공하는 채널은 총 26개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144개 채널을 지원했지만 약 1년 새 120개 가까이 사라졌다.

서비스 중인 26개 채널 중 홈쇼핑 프로그램이 절반에 가까운 12개를 차지한다. 이어 △예능 6개 △교양·드라마 3개 △키즈 3개 △기타 1 채널 등으로 구성된다.

2015년 시작한 LG 채널은 LG전자 스마트TV 고객이라면 인터넷만 연결하면 별도 셋톱박스 없이 다양한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온라인콘텐츠서비스(OTT) 웨이브를 통해 무료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유료 방송을 신청하기 부담스러운 가구에게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히며 꾸준히 고객 수를 늘려갔다.

LG전자는 지난해만 해도 국내에서 50개 이상 채널을 늘리며 서비스를 확대했다. 하지만 같은 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상당수 채널 서비스를 중단, 콘텐츠 측면에서 강점이 약화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500개 넘는 채널을 제공하는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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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모델들이 LG 채널을 소개하고 있다.

채널 수 급감은 국내 콘텐츠 환경 변화, 콘텐츠 제공사와 협상 부진 등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유료방송 가입 가구는 90%가 넘는다. 여기에 넷플릭스 등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LG 채널 같은 무료 콘텐츠 서비스 수요는 줄 수밖에 없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무료 콘텐츠 플랫폼이 케이블TV나 IPTV 대안으로 영역을 확장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료 방송 서비스가 인터넷, 모바일 등과 결합돼 패키지로 과금되다 보니 무료 서비스 이용률이 떨어진다”고 풀이했다. 황 교수는 “강력한 상품간 결합과 함께 가전 제조사가 제공하는 콘텐츠 차별화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유료 방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무료 채널 서비스로 전환하는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제공사업자와 송출가격을 두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LG전자는 지상파 3사 계열 30개 실시간 채널과 CJ ENM 계열 채널 37개 송출 중단을 공지하면서 '방송사(지상파·CJ ENM) 요청에 따라 채널을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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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올레드 TV에서 LG 채널 서비스를 구동하는 모습

업계 관계자는 “LG채널이 웨이브를 통해 서비스되다 보니 지상파 송출 중단 등 웨이브 채널 정책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근본적으로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협상력의 우위를 가진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사항이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채널 수 감소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 지속적으로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무료방송 서비스 특성상 콘텐츠 공급업체 사정이나 협업 관계에 따라 상시로 채널 수가 변동될 수 있다”며 “채널 서비스 확대를 위한 방안을 지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