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카메라 명가 니콘의 '일안리플렉스(SLR) 카메라 시장' 철수설이 제기됐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니콘이 SLR 카메라 개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1959년부터 60년 이상 유지한 SLR 사업에서 손을 뗀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카메라 시장의 대세로 꼽히는 미러리스 카메라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고성능 스마트폰이 카메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니콘은 지난 2020년 6월 플래그십 DSLR 모델 'D6'를 출시한 후 SLR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SLR과 함께 디지털카메라 개발도 중단하고 미러리스 카메라로 주력 제품을 단일화할 계획이다. 기존 모델은 당분간 생산·판매 체계를 유지한다.
SLR 카메라는 몸체에 탑재한 거울로 피사체를 반사해서 파인더로 확인하는 형태다. 니콘은 1959년 필름 SLR를 선보이며 글로벌 카메라 시장을 공략했다. 이는 라이카 등을 앞세운 독일 기업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시발점이 됐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SLR로 체질을 개선한 니콘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 40만대 이상을 출하했다. 니콘과 세계 1위 캐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90%에 육박한다. 캐논도 몇 년 안에 SLR 개발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2020년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의 글로벌 출하량은 293만대다. 237만대를 기록한 SLR를 처음으로 웃돌면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닛케이는 니콘이 디지털 기술을 탑재하기 쉽고 촬영 기능을 확대하기 쉬운 미러리스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AI가 영상을 분석해서 피사체의 얼굴·눈동자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능 등이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니콘은 지난 1분기 카메라 등 영상사업에서 1782억엔(약 1조6976억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50%가 미러리스 카메라 모델에서 발생했다. 반면에 SLR 관련 매출은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닛케이는 앞으로 AI 등 첨단 기술이 카메라를 넘어 스피커, 에어컨, 청소기 등으로 확산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니콘은 닛케이 보도에 “SLR 개발에서 철수한다는 보도는 추측이며, 당사가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디지털 SLR의 생산, 판매,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