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시장은 완벽함 못지않게 신속함도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속도감 있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윤호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 의장 겸 대표이사는 스마트홈뿐 아니라 전 산업 영역에서 '신속함'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덜 완벽하더라도 신속하게 서비스를 출시, 시장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완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인 스마트홈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해당사자가 많은 산업 특성상 기업간 합의, 기술 검토, 표준 제정, 시범 적용, 수정·보완 등 수많은 단계를 거치며 완벽한 서비스를 추진해 왔다. 그러다 보니 매번 표준 논의에서 멈춰져 산업 발전은 물론 소비자 불편함도 제자리걸음만 해왔다.
이 한계에서 벗어나 속도감 있게 스마트홈 산업 혁신을 이루자고 모인 협의체가 바로 'HCA'다. 삼성전자 주도로 설립돼 일렉트로룩스, 하이얼, 아르첼릭, 트레인 등 글로벌 대표 가전·공조 회사 11곳이 모여 세계 최초로 스마트홈 플랫폼 연동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IoT사업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최 의장은 초대 수장에 선출돼 조직을 이끌고 있다.
최 의장은 “HCA의 가장 큰 목표이자 차별화 요소가 바로 속도감”이라면서 “수년간 표준 개발이나 적용 논의만 해왔던 과거와 달리 조직 출범 1년도 채 안됐지만 스마트홈 플랫폼 연동을 시연하는 동시에 내년 초 상용화까지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HCA 회원사인 11개 기업은 오는 9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2)에서 첫 시연에 나선다. 홈 사물인터넷(IoT) 가전 간 연동 시도는 꾸준히 이뤄져 왔는데, 플랫폼 단위 연동 결실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스마트홈 기기·플랫폼 연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기업 간 이해관계 때문이다. 고객 정보나 고객 자체를 경쟁사에 넘겨줄 수 있는데다 플랫폼-제조사 간 뿌리 깊은 주도권 다툼도 한몫했다. HCA는 이런 문제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투명성과 신뢰성에 바탕을 두고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기로 했다.
최 의장은 “HCA 초대 수장으로 선출된 이유 중 하나가 표준 등 기술 요소보다는 11개 기업간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어필했기 때문”이라면서 “회원사 대부분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철저한 경쟁관계에 있지만 출범 초기부터 협업과 경쟁 부문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신뢰감을 쌓는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약 8년간 모토로라에서 디자인과 제품전략, 인수합병 등 업무를 담당하다 외국계 모바일 스타트업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4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사업기획, 전략수립, 파트너십 구축 등 업무를 하면서 쌓았던 풍부한 경험이 새로운 스마트홈 생태계 조성에 빛을 발하고 있다.
최 의장은 “완벽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출시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가장 많이 원하고, 가장 빨리 출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기업의 영리 추구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소비자 관점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위해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