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초중고에 지원했던 3조6000억원가량 교육세를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교부금 개편안을 두고 정계와 교육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시작으로 80조원이 넘는 교부금 전체 개편안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교육세 용도 변경조차 큰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교부금 개편을 하지 못할 경우 수도권 증원 등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지방대를 지원할 추가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방재정교육교부금법 개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은 교육세와 내국세 20.79%와 유류세·주세 등으로부터 나오는 연 5조원가량 교육세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액을 제외한 금액으로 조성된다. 올해 기준 내국세에서 65조1000억원이 본예산에 배정됐으나 추경 등을 거쳐 81조3000억원으로 증액됐다. 이는 교육세 3조6000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나머지 교육세 1조7000억원은 유아교육특별회계로 들어가 누리과정 지원 금액으로 쓰인다. 교부금으로 들어갔던 교육세 3조6000억원을 '(가칭)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투입하겠다는 것이 지난 7일 정부의 교부금 개편안이었다. 지방재정교육교부금법 3조에서 재원을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세를 고등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원 입법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교부금 개편안에 잇따라 반대 뜻을 보이고 있어, 법 개정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21대 국회 전반기 교육위원회 위원이었던 강득구·유기홍 의원 등 11명 의원이 일방적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추진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정의당 역시 비교육적인 조치라면서 유감을 표했다.
교원단체들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일제히 반대 뜻을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1일 충남 부여에서 총회를 열고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교육세 개편을 시작으로 전체 교부금 구조에 대한 개편은 협의회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5%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대한 개편만으로도 논란이 일고 있어 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혜택을 볼 대학들도 반기는 입장은 아니다. 대교협은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되 그만큼 교부율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고등교육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된다고 해도 대학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운영비 등으로 쓰일 수 있는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교부금 개편이 순탄치 않을 경우 향후 교육관련 정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정원 규제 완화에 대한 지방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지방대에 그만큼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부금 개편을 두고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확히 어떻게 할지는 좀 더 고민을 해서 적절하게 사전 협의를 할 것이고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해가면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