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34>메타 사피엔스의 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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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래학자이자 사이보그 인류학자 앰버 케이스는 기술이 우리를 사이보그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화면을 쳐다보고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새로운 버전의 호모 사피엔스로 변화한다고 말이다.

여기서 사이보그란 단순히 기계와 인간의 물리적 결합체인 '인조인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계 장치라는 물리적 도구와 더불어 기술이라는 수단을 도구로 활용·활동하며 정신적 자아를 확장해나가는 '지혜로운 인간(호모 사피엔스)'을 포함한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일상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며 새로운 생활방식을 만들어가는 신인류 개념인 '메타 사피엔스'와도 맥락을 함께 한다. 메타 사피엔스는 최근 디지털로 연결된 가상과 현실이 융합한 메타버스라는 세계 속에서 시간, 공간, 인간관계 확장을 통해 또 다른 자아를 개발하고 확장하는 새로운 인류를 의미한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인간 대 인간의 면대면 상호작용을 넘어 디지털을 매개로 '나'라는 인간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디지털 상호작용 역시 중요한 삶의 방식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디지털이라는 도구의 발전과 확장을 통해 가상의 세계를 넘어 더 많은 인류의 삶이 메타버스로 연계되도록 디자인된다.

그러나 아바타로 대변되는 디지털 휴먼, 대체불가토큰(NFT),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 등 다양한 도구의 등장과 소통 방식에 대한 변화에도 여전히 본질은 변함이 없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의미 있는 인간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어떻게 하면 메타버스와 더불어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 관점에서 볼 때, 디자인 싱킹은 혁신을 촉진하고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로써 공감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경험을 설계하고 디지털 상호작용을 주도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디자인 싱킹은 1970년대 인지과학자이자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 교수의 인공지능 개발과 인간의 사고방식을 결합하기 위한 과정으로, 과학과 디자인을 연계한 사고방식(Way of Thinking)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이자 혁신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써 디자인 싱킹은 인간중심 공감적 태도에 기반해 혁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이자 '프로세스' '효과적인 도구'로 알려져 왔다.

디자인 싱킹에서 첫 번째 단계인 '공감'은 다른 방식들과 차별화되는 핵심 요소로 손꼽힌다. 사전적으로 공감은 상대방 입장에 동일하게 또는 그렇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감정을 직간접으로 경험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디자인 싱킹은 공감을 통해 도출해낸 인사이트를 빠르게 솔루션화하고 실험해보는 과정을 지속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공감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이러한 총체적 활동을 프로세스화 함으로써 사용자 중심으로 최상의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의 공감은 디지털 상호작용에서도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존 맥아더 교수는 디지털 프록시믹스(Digital Proxemics)라는 책을 통해 디지털 근접학적 맥락에서 우리의 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디지털 기술과 인간 사이 상호작용에서의 사용자 경험에 대해 강조하며 디자인 싱킹의 첫 번째 프로세스인 공감의 중요성을 논했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인 사티아 나델라 역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인터뷰를 통해 MS 메타버스 프레임워크의 핵심으로 공감을 꼽았다. 또 혁신은 현재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의 '니즈(Needs)'를 의미하며 이것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 디자인 싱킹의 핵심인 공감이라고 했다.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디지털은 인간의 참여방식과 규칙을 재정의했다. 이제 현실과 가상을 넘어 오감을 통해 생각하고 느끼며 디자인 싱킹해보자. 그리고 메타버스 세계 속에 숨겨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니즈를 조금 더 공감해보자. 메타 사피엔스로써 오늘의 내가 내일의 혁신가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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