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시론]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 '양자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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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이르게 찾아온 더위만큼 양자 기술의 뜨거운 열기를 체감했다. 세계적으로 필수전략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는 양자 기술의 흐름과 현 주소, 향후 과제를 총망라하는 '2022년 양자정보주간'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기업, 대학, 연구소, 공공기관 등 전국 각계에서 관계자들이 참여해 열띤 소통의 장을 펼쳤다. 양자정보주간 동안 다양한 산·학·연 협력단체가 만들어지고, 총 83개 공공·민간 기관이 미래양자 융합포럼에 참여해 양자 기술개발과 산업화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한 노력에 한 목소리로 공감했다. 양자컴퓨터 해커톤 행사에는 100여명의 대학생이 참여해 실력을 겨뤘다. 국내 양자 기술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요즘 첨단 기술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분야 중 하나가 '양자(量子·Quantum)'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이 발견된 이후, 원자 이하 수준 미시세계에서 나타나는 양자물리적 특성을 활용한 기술과 산업이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입자나 파동의 이중성과 같은 특성을 활용해 레이저, 트랜지스터,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개발한 것이 '1차 양자혁명'이었다. '중첩' '얽힘' 이라 불리는 양자적 특성을 정보 수집과 처리에 활용할 수 있는 2000년 이후부터 '2차 양자혁명'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양자 센싱이 대표적인 분야로 손꼽힌다. 초고속연산, 초신뢰보안, 초정밀계측을 가능케 하는 양자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된다면 인간의 문명은 이른바 '퀀텀 점프'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9년 구글이 개발한 시커모어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면 1만년이나 걸려 풀어낼 연산을 200초 만에 해결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연산력은 질병 유전정보를 분석하거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단번에 찾아낼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미세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양자센서, 감청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 등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현실화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양자기술에 들어있다. 양자기술을 '신의 기술'이자 사회·경제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극찬하는 이유다.

세계 각국은 양자의 기술적 성장과 산업적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중점 육성해야하는 기술 분야로 양자를 꼽아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인재 양성 등 종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양자기술을 가진 나라와 가지지 못한 나라의 차이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의 기술 블록화 속에서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 심지어 최근 방산기술 위주의 수출통제가 신흥기술인 양자까지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양자기술 육성이 절실해졌다.

우리 정부도 약 10년 전부터 글로벌 선도국가 진입을 위해 담대한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201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내 최초로 암호키 복사도청이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했고, 이에 탄력을 받아 2014년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이 국가 차원의 첫 종합정책으로 수립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산·학·연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26개 공공·민간 분야 적용사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국내 양자기술은 선도국인 미국 대비 80% 수준이며, 90% 이상을 따라잡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아직 할 일이 많다.

정부는 다시 양자의 핵심원천기술 확보와 산업화 기술발굴에 한층 공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4월에는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양자기술 4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11월에는 양자기술을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핵심기술 확보 및 인력양성, 국제협력 강화 등 양자 기술 육성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총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선도국과 근접한 경쟁력을 갖춘 양자암호통신 부분은 본격적으로 상용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부와 통신 3사가 손잡고 보안을 필요로 하는 기업·기관이 쓸 수 있는 양자암호 전용회선과 양자암호통신 요금제를 출시했다. 동시에 정부는 향후 본격적인 시장형성에 대비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등 국제표준화기구에서 국산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양자암호통신 개발은 통신사와 중소기업 간 협업체계를 기반으로 '부품·장비-소프트웨어-서비스'에 이르는 공급자망을 구축하고 양자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성공 경험과 기술 축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인슈타인을 잇는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인류 문명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양자 분야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초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술개발의 관점에서 미국, 중국 등이 앞서나가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절대 우위를 가진 나라는 없다. 우리보다 수십년 이상 꾸준히 연구하고 투자해온 선도국에 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나 도전 앞에 멈추지 않고 한발 한발 전진해 고지에 이르지 않았던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반 마련, 기업과 연구계의 기술혁신,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함께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기술을 향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반도체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지난 5월 윤석열정부 첫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마이크로시스템 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원광대와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2016년에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에 선임됐으며, 2018년부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거쳤다.

이 장관은 2002년 세계 최초로 3차원(3D) '벌크 핀펫'(Bulk FinFET)을 개발해 반도체 소자기술의 새 장을 열었다. 이 장관은 이와 같은 능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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