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천연가스는 녹색기술"
자금난 동유럽 원전사업 활기
한국 정부, K-택소노미 보완
수출 금융지원 안정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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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전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유럽의회가 원전과 가스를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원전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권 원전 수출을 타진하는데 자금이 부족한 동유럽 국가에서 택소노미 지원으로 원전 사업이 활기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유럽의회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원전을 포함할 가능성도 커졌다. 원전 수출을 위한 금융지원 안정성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유럽의회는 지난 6일(현지시간)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친환경 투자 기준인 택소노미에 가스와 원전을 포함하는 규정안에 대한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639명 의원 중 32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천연가스와 원전은 유럽연합(EU) 택소노미 규정집에 포함돼 이에 대한 투자는 녹색투자로 분류된다. 이번 가결로 EU는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이 규정안을 법제화할 수 있다.

EU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을 하거나 환경기준을 충족하면 환경·기후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를 담은 분류체계다. EU의 기후·환경 목표에 맞는 투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조건을 담았다. EU는 이 분류체계를 공공자금 지원에도 적용한다. 택소노미에 포함되면 자금 융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원전 전문가는 유럽의회가 기존처럼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재결정하면서 유럽 원전산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을 타진하는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쉽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EU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면서) 원전 수입국이 돈을 빌릴 때 이자 등 비용이 싸질 것”이라면서 “특히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은 (택소노미 지원으로) 원전 시장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가 유럽의회 영향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면 원전 금융 지원을 위한 확실한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이기 때문에 OECD 국가의 수출금융지원 기준으로 인해 택소노미와는 별개로 현재도 원전 수출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OECD가 EU 택소노미 룰을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원전 수출 지원이 없어질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유럽의회 사례를 참고해 'K-택소노미'를 보완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EU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만큼 EU의 원전 포함 근거나 기준 등을 참고해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전 안전성 향상, 수출 등을 위한 미래지향적 기술개발은 조건 없이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녹색채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일부 금융상품에 우선 적용해 해당 결과를 토대로 연내 분류체계를 보완하고 해설서를 발간한다. 또 연내 녹색분류체계 시범사업, 전담기관을 지정하고 내년에는 현장에 본격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환경부도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할 경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등 안전을 담보한 조건을 달 계획이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봤을 때 EU를 비롯해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국제사회 추세”라면서 “국제동향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믹스 재조정 차원에서 원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