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수지 GDP 대비 -3% 이내 관리
2027년 국가채무비율 50% 중반으로
민간 선제안 '초격차 R&D 프로젝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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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재정 지출을 구조조정하고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한다. 민·관 협업을 통한 연구개발(R&D) 투자 효율화를 위해 R&D 기획과 투자, 평가 과정에 산업계 참여를 확대한다.

정부는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새정부 재정운용방안을 발표했다.

◇재정수지 -3% 이내 관리…'단순하고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코로나19 이전인 -3%로 개선하는 게 목표다.

재정수지의 메인 지표도 통합재정수지에서 관리재정수지로 회귀했다. 기재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합재정수지를 사용하려 했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관리재정수지를 메인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고 봤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해 산출한다. 기금수지가 매년 흑자를 보고 있어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는 관리재정수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과 확장적 재정 운용으로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매년 100조원 내외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하며, 재정 적자 고착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2.8%였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0년 -5.8%로 확대됐다. 2021년에도 -4.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차 추경 기준 GDP 대비 -5.2%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수지 관리와 함께 국가채무비율은 2027년 기준 50% 중반대를 목표로 관리한다. 역대 정부의 국가채무 평균 증가 폭은 5~6%포인트(P)였으나 최근 5년간 국가채무비율 증가폭은 14.1%에 달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2025년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2025년 국가채무비율은 58.6%가 되는데 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하지만 구속력을 갖춘 재정준칙을 도입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020년 통합재정수지와 국가채무를 관리지표로 하는 재정준칙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복잡한 관리식과 구속력 없이 시행령에 그치는 점, 2025년까지 적용 시기를 유예한 점 등이 비판을 받으면서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정부 개정안은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경우 수지 한도를 축소하는 게 골자다. 준칙 한도는 법률에 명시해 구속력을 확보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재정준칙을 면제하는 것도 검토한다.

지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역대 최고 수준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민간 보조사업 점검 결과 사업 축소 또는 폐지 대상인 사업을 중심으로 2023년 예산안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 5월 총 1205개 민간 보조사업 중 440개를 점검해 61개를 폐지하고 191개 사업은 감축을 지시했다.

재정 외 가용재원도 총동원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가진 컨벤션 시설, 홍보관, 유휴부지 등 고유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 골프장, 콘도 회원권 등 과도한 복리후생 자산을 매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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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민간 선투자 유도…중소·벤처·일자리 지출 효율화

R&D 투자는 '민간 주도, 정부 지원' 방식으로 고도화를 추진한다. 정부 주도, 정부 의존적인 R&D에서 민간 선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상시적인 민관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R&D 기획과 투자, 평가 과정에서 산업계 참여를 확대한다. 민간이 제안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초격차 R&D 프로젝트(가칭)'도 추진한다.

R&D 시스템도 출연 중심에서 경쟁형, 바우처, 후불형 등 민간투자 연계 지원을 확대하고 통합 R&D 성과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 지원 방향도 '선 민간투자, 후 정부지원'의 민간 주도 재정지원을 강화한다. 중소·벤처기업 시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 보호에서 시장 수요에 대응한 현장 적시 지원으로 정책자금을 리포지셔닝하고 성과창출형 R&D 도입을 확대한다.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도 재정지원 일자리 창출, 고용보조금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먼저 데이터 기반 성과 평가로 일자리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 사업과 유사·중복되는 사업,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사업 등 11개 사업은 폐지한다. 취업률 등 성과가 저조한 사업 32개도 감액 또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구인난과 구직난을 야기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신기술 인력수급전망'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분야·수준별 고도화로 전략적인 인력 양성을 뒷받침하는 게 목표다.

복지투자도 지출 효율화를 통해 복지-성장 선순환을 꾀한다. 복지수요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재정 여력이 축소되면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고독사, 가족돌봄청년 등 새로운 복지 수요에 대응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각지대 발굴과 선제적 안내에도 대응한다. 오는 9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2차 개통을 앞둔 만큼 '복지멤버십'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 생애주기별 급여를 안내하도록 했다.

◇긴축 따른 침체 우려도…“민간 성장 주도 전환 필요”

새정부 재정운용방안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의 전환 패러다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민간에서 주도할 수 있는 사업임에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끌고가는 것을 지양하고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재정 지출을 줄여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기조도 긴축적으로 전환되는 것과 관련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현재는 물가안정 등 경제 안정화에 방점이 주어져 있다”며 “지금까지 과다하게 운영됐던 확장 재정운용을 전환하면서 긴축 방향으로 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 혁파 등을 추진하고 있고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민간에서 성장을 주도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