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삼성, 新스마트홈 생태계...구글 '매터 진영'과 경쟁

터키 아르첼릭·中 하이얼 등 분야별 선두기업 고루 분포
구글·아마존 등 참여 '매터' 소형 IoT기기 연동성에 초점
상호 보완 관계 속 '주도권 경쟁' 긴장감 형성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가 오는 9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11개 기업 스마트홈 플랫폼을 연동, 파급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참여 기업이 글로벌 가전·공조 '톱 티어' 기업이어서 스마트홈 산업 지형을 뒤흔들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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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삼성디지털프라자 용인구성본점 쇼룸에서 관계자가 스마트싱스를 시연하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HCA 회장사인 삼성전자는 가전뿐만 아니라 스마트홈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는 전 세계 2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연동 기기는 3000개에 육박한다.

참여 기업인 터키의 아르첼릭은 베코·그룬디히 등과 함께 코치그룹 계열사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생활가전 기업이다. 중국 하이얼은 2012년 일본 산요, 201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며 프리미엄 시장까지 진출했다. 3년간 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홈 분야에 19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가전기업 외에도 글로벌 냉난방 공조시장 2위인 미국 트레인 등도 참여하는 등 분야별 선두기업이 고르게 모였다. 이들 기업의 스마트홈 플랫폼이 연동되면 각 플랫폼과 호환되는 수천개의 IoT 가전도 자동 연동된다. 플랫폼 종속성 없는 '완전한 스마트홈' 환경이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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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A 시도는 그동안 스마트홈 시장에서 추진됐던 통합·연동 논의와 비교해 범위와 속도 면에서 혁신을 보여 준다는 평가다. 2010년대 후반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한 오픈커넥티비티포럼(OCF)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기업의 소극적인 참여로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반면 HCA는 출범 9개월 만에 플랫폼 연동 결실을 공개하는 동시에 약 1년 만에 상용화 계획을 세웠다. 과거와 비교해 스마트홈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다 하드웨어(HW)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기업의 절박함이 연합체 결속력과 추진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HCA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 예정인 다른 글로벌 홈IoT 표준 '매터'와의 상호 작용도 주목된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260여개 기업이 참여해 개발 중인 매터는 IoT 기기 간 통신언어를 통일해서 상호 연동하는 표준이다. 삼성전자도 참여하지만 사실상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이 주도한다. 매터는 스마트 전구, 스위치, 조명, 디지털 도어록 등 소형 IoT기기의 연동성에 초점을 맞췄다. 상대적으로 적용 대상이 넓지만 신제품에만 적용된다. 기기별로 하나씩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더딜 수 있다.

HCA는 플랫폼 단위 연동이어서 여기에 연결되는 가전까지 자동 연동되는 것이 강점이다. 가전 제조사 중심 협의체여서 TV,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 연동 대상도 대형가전이라는 점이 매터와의 차별점이다. 최윤호 HCA 회장은 “소형 IoT 중에서도 신제품만 대상인 매터와 비교해 플랫폼만 연동하면 신·구 제품 상관없이 자동 연동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스마트홈 서비스 수요가 높은 냉장고, TV, 에어컨 등 대형가전을 연동한다는 점에서도 HCA 효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매터와 HCA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 등 매터 진영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HCA 진영 간 보이지 않은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공산도 높다. 실제 많은 가전 제조사가 매터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고객과 데이터 등 핵심 자산은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이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압도적인 이용자 생태계를 구축한 이들과 경쟁하려면 가전 제조사끼리 뭉쳐서 새로운 진용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HCA 발족으로 이어진 셈이다. 시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LG전자와 월풀까지 참여할 경우 경쟁력은 배가된다.

HCA를 통해 삼성전자 시장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가전시장에서 벗어나 '스마트싱스'를 사업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올해 1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에 이어 3월 신제품 공개 행사인 '언박스 앤 디스커버'에서도 두 번이나 HCA 발족과 함께 공동의 생태계를 꾸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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