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키워드로 '초월'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특위는 그 출범에서부터 관례를 초월했다. 여당 주도 특위원장을 야당 의원이 맡는 헌정사 최초 기록을 썼다. 나아가 여야 모두 참여하는 초당적 특위로의 재출범도 예고했다. 산업계 기대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대치상황이 계속되는 국회지만 반도체 만큼은 입법부 힘이 모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이번 특위활동을 통해 여야가 이념을 초월해 토론하고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정 기업과 산업 분야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정부부처와 연계된 문제를 통합해 해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확실한 입법 지원을 통해 제도상 미비점은 보완하고 △규제 개혁 △세액 공제 △인재 양성 분야에서 장벽을 낮춰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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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반도체특위위원장.

-반도체특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특위 운영 방안과 우선 과제를 소개해 달라.

▲반도체산업을 위한 법안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목표다. 법과 제도로 기업과 산업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국회와 정당의 역할이다. 저 또한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특위 활동을 통해 법안을 완성하는 일련의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앞으로 완성될 법안은 규제 개혁과 함께 세액 공제, 그리고 인재 양성 등 관련 내용이 담길 것이다. 특위는 최근 3대 과제 업무 추진을 위한 △규제 개혁 분과 △투자 촉진 분과 △인재 양성 분과로 업무분장을 마쳤다. 분과 업무에 맞춘 본격적인 대책 마련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7월 한 달은 주 1회 정기적으로 특위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위 운영 관련 로드맵은 이미 다 정해졌다. 8월부터는 국회 원구성 마무리와 함께 여당인 국민의힘 특위 차원에서 진행했던 업무를 국회 차원의 특위로 이관하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특위 회의에서는 산업 현장과 정부 차원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특위 위원별로 업무를 분장해 본격적인 해법 마련에 착수하게 된다.

현장 행보도 준비 중에 있다. 특히 업계에서 요구가 많은 전문인력 부족과 관련해 수도권 대학 정원 문제 등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의견을 수시로 주고 받으며 최종적으로 특위 차원에서 검토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규제 개혁·세액 공제·인재 양성 3대 중 입법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구체적이고 정확한 문제 파악이 중요하다. 반도체산업 현장에서 3대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올해 초 국회는 반도체산업 지원 차원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현장 목소리를 담지 못한 면이 있다. 그동안 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준비를 해왔다. 모든 분야에서 특별법 완성도를 보다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각종 규제를 분류하고 상황에 따라 규제에 맞는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정리해야 된다. 예를 들어 세액 공제의 경우 신기술 개발과 신규 장비 도입 부담을 줄여 기술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중국, 유럽 등과 비교해 해외 경쟁국과 국내 세액 공제율을 일률적인 퍼센트(%)로만 비교하면 해법이 나오기 힘들다.

세액 공제를 숫자만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기업이 다르고 사용하는 장비가 다르다. 기술과 장비에 따라 세부적으로 기준을 나눠야 한다. 10%, 20%, 60% 이런식으로 일률적으로 나가면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역시 매우 다양한 현장이 있다. 현장에 맞춰 필요한 곳에는 확실한 세액공제 지원을 해주고,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이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신경써야 한다.

-반도체산업 세액 공제에 대해 기업을 위한 '부자 감세' 시각도 있다.

▲반도체를 대기업만의 산업으로 국한해서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세액 공제 지원을 비롯해 제도적 지원은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것이지 대기업 특혜가 아니다. 단순히 감세를 넘어 투자 촉진 유인책 의미로 봐야 한다. 반도체산업 전체 생태계를 위한 것을 특정 대기업 특혜로 접근하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반도체산업에는 대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견기업, 중소기업은 물론, 벤처기업, 스타트업도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대한민국 산업구조의 한축이자 외교, 안보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경쟁력은 잃지 않을 정도 세액 공제가 필요하다.

-여당특위를 국회특위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회 갈등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미래먹거리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반도체 이슈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 구분도 의미가 없다. 지금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대치상황이 심각하지만 여당에서 발족한 반도체 특위를 국회 특위로 확장한다고 해서 야당이 반대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특위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도 참여를 문의하는 분이 상당수 있다. 국회 차원 특위가 구성되면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각자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했다. 반도체가 산업기술을 넘어 외교와 국방, 안보에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체감하면서 해당 분야 활동을 해온 분도 요청을 해온다. 이미 국회 반도체특위 참여 분위기는 모두 조성된 셈이다.

분위기와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정치에 몸 담은 이후 7년여 동안 반도체산업 중요성을 알려왔다. 하지만 30년째 1등을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라도 공부 의지를 보이는 분이 늘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효과적인 육성과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산업정책은 물론 교육, 국토, 환경, 외교 등 거의 전 분야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 인물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반도체 공부 모임도 시작할 계획이다.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넓은 시각으로 반도체를 이야기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여야 모두 참여하는 국회특위로 확대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지난해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따로 따로 운영하는 특위가 있었다. 국회특위 출범을 주장했던 것은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재차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여야가 서로 같은 취지의 특위를 따로 운영하다보니 정부 관계자들은 창구의 일원화를 간절하게 요청했다. 여당과 야당 관련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개별 보고까지, 한 번에 할 일을 여기 저기서 반복하다보니 정작 업무의 추진은 늦어졌다.

이제는 여야가 합쳐진 하나의 특위 생태계로 기업과 정부 의견을 모으고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초당적 국회특위여야만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강력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 올해 초 통과된 특별법은 업계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선언적 의미만을 담았다는 지적이 있다. 원구성 합의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초당적 국회특위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겠다.

-반도체특위에 대해 향후 어떤 평가가 내려지길 기대하나.

▲지금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반도체산업 육성과 규제 개혁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끝날 일은 아니고, 몇달 혹은 몇년이 걸려야 끝날지도 알 수 없다. 특위를 넘어 나아가 상시위원회로 정착시키는 방법 등으로 계속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기술밖에 없는 나라다. 인재와 기술이 경쟁력인데 이 문제를 다루는 국회 차원의 위원회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 더 이슈라고 생각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역할을 하지만 기술을 깊이있게 다루지는 못했다.

지금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국제사회의 변화와 경쟁국들의 동향, 앞으로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인식하는 만큼, 상설 상임위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처럼 기술이 중심인 국가는 국회차원에서 기술을 다루는 상임위가 꼭 필요하다.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특위 평가에 대해 작게나마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국회 협치와 상생의 시발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특위 활동에서 가장 먼저 강조했던 가치가 '초월'이다. 반도체특위야 말로 갈등과 반목의 국회가 정쟁 구도를 완전히 깨고 협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양향자 의원 개인의 정치 행보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현재 구상은.

▲지금은 정치적 행보와 결정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선 특위활동만 생각하고 집중할 것이다. 어느 정당에 들어가고 말고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당인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을 하고 입법기관으로서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마음의 결정을 위한 시점같은 것도 없다. 이 상태로 계속 해야 될 일들을 할 것이다. 정치에 입문한 지 7년차다. 이제야 국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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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의원은


1967년생으로 전남 화순군에서 출생했다. 삼성전자 출신 정치인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다.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상무 자리까지 올라 고졸 성공신화를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입인재로 2016년 정계에 입문했다. 2016년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지만, 그해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겸 전국여성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2020년 총선에 다시 광주 서구을로 출마해 당선,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의원 초기부터 광주 미래차특화단지 조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꾸준한 친산업 행보를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부위원장, 반도체기술특위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탈당해 지금은 무소속이다. 국회 내에서는 기업 현장 경험이 풍부한 반도체 전문가로 손꼽힌다. 국민의힘이 반도체특위 구성을 추진할 당시에도 양 의원 합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실제 위원장으로 영입으로 이어졌다. 무소속 의원의 여당 특위원장 합류 사례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합류 전제조건으로 여야가 함께하는 초당적 특위 구성을 약속받았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