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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 서울 중구 현대오일뱅크 사무실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삼성물산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사진 왼쪽부터 고정석 삼성물산 대표이사,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최근 현대오일뱅크가 블루 수소,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를 비롯한 친환경 사업 추진 일환으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 양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삼성물산 등 기업과 협력해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 체계를 갖춰 ESG 경영을 솔선수범하는데 나선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오는 2022년 10월까지 1년 동안 900톤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공정에 투입, 친환경 납사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석유정제기업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공정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제 샌드박스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신청해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승인받았기때문이다. 1년 이후 규제 특례 승인 갱신 여부가 결정된다.

회사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생산한 친환경 '그린 납사'를 한화토탈에너지스(대산공장)이 원료로 구매해 재순환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 양산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의 반복 사용이 가능한 순환경제 구축 발판을 마련키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친환경 납사로 생산하는 공정에 대해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 'ISCC PLUS(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 PLUS)를 취득하기도 했다.

ISCC PLUS는 유럽연합의 순환경제행동계획에 근거해 친환경 원료 사용을 입증할 수 있는 국제 인증제도다. 인증을 위해서는 원료부터 생산 과정, 최종 제품까지 친환경성에 대한 엄격한 검사를 거쳐야 한다.

회사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에 관심을 갖는 것은 폐플라스틱 처리가 세계적으로 골칫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 중국은 올해부터 고체 폐기물 수입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국가간 유해 폐기물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의 폐플라스틱 관련 규제도 올해부터 강화됐다.

이에 따라 폐플라스틱은 발생한 국가에서 직접 처리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폐플라스틱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재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화학적 재활용에 현대오일뱅크가 관심을 쏟는 이유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삼성물산과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석유화학 기술과 운영 노하우,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화학소재 생산을, 삼성물산은 친환경 화학제품의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양사는 폐플라스틱 관련 국내외 정책 이슈 대응, 친환경 화학제품의 해외시장 개발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 등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전에서 협력한다.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은 지난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공정에 투입하는 규제 샌드박스인 실증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 이어 물성 개선, 불순물 제거 등을 통해 다양한 열분해유 기반 석유·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뿐만 아니라 별도의 열분해 과정 없이 폐플라스틱을 바로 정유공정에 투입해 열분해와 제품 생산을 원스톱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보유 중인 DCU(Delayed Coking Unit, 열분해공정)를 활용해 연간 5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외에 바이오 플라스틱도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니머 사이언티픽'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식물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드는 플라스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대니머 사이언티픽은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HA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미국 내 PHA 설비를 가동해 생분해 포장재와 용기 등을 생산, 글로벌 식음료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PHA는 미생물이 먹이를 먹고 몸 속에 쌓아 두는 고분자 물질로 모든 자연 환경에서 100% 생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인체에 무해하고 탄소 배출 감소까지 유도하는 소재로서 부가가치가 높다.

현대오일뱅크와 대니머 사이언티픽은 양해각서를 통해 PHA 연구개발, 마케팅, 제조 등에 있어 폭넓은 협력을 약속했다. PHA를 적용한 신규 고부가 활용처를 개발하고 아시아권 수요에 공동 대응하는 것은 물론 생산설비 공동 투자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20년 기준 210만 톤으로 3.7억 톤에 달하는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의 1%에도 못 미친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PHA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