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 맞닿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 남서부 지역에 주차된 대형 트레일러에서 시신 수십구가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철도 선로 옆 수풀가에 방치된 트레일러 안에는 총 46구에 달하는 시신이 있었다.
이들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정부는 이날 샌안토니오의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고온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고온 속에서 질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생존자는 어린이 4명을 포함한 16명으로 이들 심한 열과 탈수 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다.
찰스 후드 소방서장은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들의 몸은 만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고, 심각한 열사병 증세를 보였다. 트레일러 내부에서는 식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트레일러가 냉장용 차량이었으나 냉장 장치가 작동한 흔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트레일러에 있던 이들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불법 이민자로 추측된다. 보다 자세한 신원 파악을 위해 출입국을 관리하는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3명을 연행하고 인신매매와의 연관성도 확인하고 있다.
윌리엄 맥매너스 샌안토니오 경찰서장은 트레일러가 도움을 청하는 소리에 의해 주위를 살펴보던 인근 사업장 근로자에 의해 발견됐다고 전했다.
발견자가 트레일러 문을 열자 내부에는 수많은 시신이 있었다. 한 경찰관은 현지 언론에 “트레일러 안에 있던 사람이 100명은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NYT는 이번 사건이 최근 몇 년 간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이민자 사망 사건 중 하나라고 전했다.
지난 2003년에는 텍사스 남부에서 7살 소년을 포함한 17명의 이민자가 트레일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같은 지역에서 2017년 200며 명의 이민자를 실은 트레일러에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트럭이 전복되는 등 2000년대 들어 이민자 관련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AP는 1990년대 초 캘리포니아 샌디애이고와 텍사스 엘패소 등지에서 미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자 트레일러 등이 새로운 밀입국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차량들은 땡볕 아래 방치될 경우 내부 온도가 크게 올라 탑승자가 위험 속에 방치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과속하는 경우도 있어 충돌사고도 빈번하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