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중고거래 분쟁에서 예방적 노력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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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이 단어는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가 먹는 당근을 얘기할 때, 당연하다고 말할 때 강조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고 거래의 대명사로 통용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 자가격리 증가로 비대면·비접촉 인터넷 기반의 전자거래 수요가 늘면서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는 전자거래 대국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표한 '글로벌 e커머스 HOT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세계 전자상거래 소매 판매 점유율은 2.5%로, 중국·미국·영국·일본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이 흐름을 타고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것이 바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중고거래 시장이다. 판매자·구매자 간 시공간 제약을 파괴한 다양한 형태 거래를 가능하게 한 전자거래는 중고물품을 사고팔고자 하는 개인 거래도 손쉽게 해 주는 등 디지털 대전환을 중심으로 폭넓게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개인 간 거래를 매개하는 3대 중고거래 플랫폼의 최근 성장세는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적 추세로, 중고거래 플랫폼이 e커머스 시장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중고물품 거래는 낭비를 줄이고 알뜰한 소비 습관을 들이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구매해서 사용한 소비자로부터 발생하므로 대부분 개인끼리 이뤄진다. 개인 거래는 유통 마진이 없어서 거래 비용을 절감하게 해 주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개인 중고거래는 합리적 구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성향과 맞아떨어져서 인기를 얻고 시장 성장을 급속하게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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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편리함과 효용성에 반하는 역기능 또한 뚜렷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인 거래에서는 판매자인 개인이 품질, 적정 가격, 정상 작동 여부 등 상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구매자 개인은 이에 의존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거래 연속성 또한 없어 '한탕'을 노린 사기 피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더불어 개인 거래 시장 규모와 영향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용자가 경험하는 불확실성과 위험은 더욱 증가했다. 이와 비례해 이용자 피해 또한 급증하고 있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개인 거래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20년 906건에서 2021년 4177건으로 1년 만에 무려 4.6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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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중고거래 개요도

대표 분쟁 사례는 물품 거래 시 언급되지 않았던 하자 등으로, 환불을 요구했으나 처리되지 않은 경우다. 또 구매한 물품과 배송된 물품이 다르거나 배송 중 물품이 손상된 사례도 있다. 이는 대부분이 가전, 컴퓨터, 휴대폰, 레저용품, 의류 등 생활 물품 거래에서 발생했다.

현행 전자거래 관련 법규는 개인 거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거래에 대한 책임이 개인 판매자에게 있다고 보고 있어 플랫폼 운영 사업자를 향한 규제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운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담긴 다양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중고거래 플랫폼 또한 유니콘 기업으로 혁신 성장하며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스타트업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용자 보호와 이들 기업 보호·지원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 거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거래 물품 정보 제공 방식 개선, 안전한 결제 수단 이용 확대 등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를 감안하면 법률을 통한 규제를 성급히 도입하기보다 정부·공공·기업·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분쟁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협력하는 방법을 우선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진흥원은 지난해 초부터 국내 개인 거래 플랫폼 대표 3사인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분쟁 예방 포스터 제작, 예방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아래 플랫폼 대표 3사와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의 이용환경 개선 및 분쟁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와 '개인 거래' 대표 기업이 참여해서 건전한 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우호적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용자 편익을 보장하며 동시에 시장을 진흥시킬 수 있는 자율규제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추진됐다.

협약에 따라 3사는 각 플랫폼에서 개인 거래 시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 물품에 관한 필수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시스템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발하고, 사기행위 모니터링 강화와 안전결제 이용 확대 등 여러 이용자 보호책을 올해 상반기부터 마련 중이다. 인터넷진흥원과 과기정통부는 향후 다른 개인 거래 플랫폼 사업자로 협약 기관을 확대,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코로나19는 수년 뒤 우리의 흐릿한 기억 속에만 남게 되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했던 거대한 디지털·비대면 대전환의 물결만큼은 앞으로도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개인 거래를 위시한 전자거래 또한 앞으로 더욱 일상에 뿌리내리고 발전할 것이다.

인터넷진흥원은 국내 유일의 개인 거래 분쟁조정 전담기관으로서 분쟁 예방과 사후 상담조정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정부부처, 기업과 거래물품 정보 제공에 관한 기준 마련을 추진하는 등 이용자 이익 보호와 시장의 성장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계속해서 모색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예방적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었던 지난 2년여처럼 중고물품 등의 거래 때 거래 물품의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결제 대금 예치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의 습관을 생활화한다면 개인 거래 분쟁은 상당 부분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태 한국인터넷진흥원장 wtlee@kisa.or.kr

○이원태 원장은…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졸업하고 정치학(정치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몸담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ICT 기반 국가 미래 전략, 국가 정보화 전략, ICT 인문 사회 융합 연구, 디지털 사회 정책, AI 윤리 등 4차 산업혁명 법제도, 이용자 보호, 개인정보보호 등 다양한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인공지능과 법' '제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미래전략'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2017년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부회장, 2018년 한국인터넷윤리학회 부회장, 2019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부회장, 2020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도혁신단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9년에는 지능정보사회 규범에 대한 선도적 연구와 정책 공론화 과정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2021년 1월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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