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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표면 초소형 원자로 시스템 예상도. 사진=NASA

지구 밖 패권 경쟁 가속화와 함께 우주 탐사 간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초소형 원자로'가 급부상하고 있다.

달과 화성 등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 전력원을 확보, 인간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가까운 미래에 달 표면 원자로 설치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우주기업과 원자력 기업 간 우주 원전 예비설계를 위한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NASA와 이번에 계약을 맺은 곳은 록히드 마틴, 웨스팅하우스, IX 등 3개 기업이다. 업체별 계약 규모는 약 500만달러로 이들 기업은 앞으로 달 표면에서 최소 10년 동안 작동 가능한 40kW급 핵분열 발전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이번 개발은 앞서 NASA가 발표한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한 기반 시설로 활용된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으로 재개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달 내 기지를 세우는 것이 최대 목표다.

달 기지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되기 위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력 생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달은 지구와 달리 중력과 물이 없어 일반적으로 지구에서 사용하는 '경수형' 원자로는 활용할 수 없다. 또 중력 작용을 활용한 원자로 안전 시스템도 달에선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우주 내 전력 생산은 태양광 패널, 방사성동위원소 열전지 등을 활용하는 것이 한계였다.

태양광 패널 등을 활용한 전력 생산은 달에서 안정적 전력 생산에 무리가 있다. 달의 경우 14일간 낮과 밤이 반복되기 때문에 태양과 멀리 떨어진 환경, 그늘진 곳 등에서 지속적인 태양광 사용은 어렵기 때문이다. 방사성동위원소 열전지 또한 전력 용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 요구 전력량이 높은 탐사선 등은 이를 활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한계 극복을 위해 NASA는 이미 지난 2018년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우주 탐사용 초소형 원자로를 개발한 바 있다. 열전도관을 활용한 원자로로 높이 1m 크기의 설계기준 사고가 원천 배제된 이 초소형 원자로를 '킬로파워'로 명명했다. 태양광 등 기타 환경 조건과 관계없이 연료를 한 번 주입하면 약 10년 동안 작동하며 초당 10kW 전력을 생산한다.

NASA는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원자력 기업들과 40kW급 핵분열 발전 시스템을 개발, 2030년까지 달 표면에 초소형 원자로 설치를 완료하고 달 탐사 전력원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계획이 성공하면 인간이 달에서 장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달 이외 화성 등 지구 밖 어떤 환경에서도 이를 활용한 유인 우주 탐사 및 기지 건설이 가능해진다.

특히 이는 가속화된 글로벌 우주전쟁의 주 무대인 달에서 전력원을 무기로 패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성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는 국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까지도 달에 쉽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주에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면 탐사 등 과학적 목표 외 상업성까지도 거머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개발 경쟁 대열에 합류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초소형 원자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해 KAIST, 서울대 등이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