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폭락 사태로 전 세계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을 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와 자매코인 루나의 개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사기가 아닌 실패”라며 자신도 코인 재산을 거의 잃었다고 밝혔다.
그간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던 권 대표는 이례적으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권 대표는 루나 코인 가격이 거의 100달러에 육박했던 올해 초까지만 해도 30대 젊은 억만장자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그는 “실제로 세어본 적은 없지만” 그만큼 재산이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는 폭락사태 여파로 당시 재산의 대부분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사실이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 현재 나는 꽤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루나 코인의 대규모 폭락은 전 세계 투자자들은 400억달러(약 52조원) 상당의 손실을 야기했으며, 가상화폐 시장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계획적으로 사기극을 벌였다고 주장하며 권 대표를 비판했다.
이후 권 대표는 테라 블록체인 부활을 꿈꿨지만, 지난달 28일 출범 당시 약 18달러에 거래됐던 루나2.0 또한 폭락해 현재 1달러가 조금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루나 2.0이 루나와 UST를 대량 보유한 '고래'(코인을 대량 보유한 큰손)들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국내외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사기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가상화폐 업계 저명인사들도 테라에 대한 믿음을 공유했다”며 “나는 UST를 위해 자신감있게 베팅하고 발언했다. UST의 회복력과 제안한 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베팅에서 졌지만, 내 행동은 말과 100% 부합했다.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권 대표의 탈세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그가 UST 마케팅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테라폼랩스 측은 루나 가격 방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30억달러(약 3조8천550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모두 팔았다는 입장이지만, 그 행방에 대한 의혹도 여전하다.
한편, 권 대표는 WSJ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서 후회한다고 전했다. 당시 UST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는 글에 그는 “나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답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내가 과거에 했던 일부 발언들에 대해 후회하냐는 말인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최근의 일들로 큰 충격을 받았다. 영향을 받은 모든 가족들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한편 “(테라 블록체인을) 예전보다 더 강력하게 재건하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매우 자신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