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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테크란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술을 활용해 금융규제 준수 여부를 체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마디로 금융회사와 금융거래 준법감시(Compliance) 기능을 IT·디지털기술로 자동화하겠다는 뜻이다. 초기엔 준법감시의 보조적 역할이었지만 금융 디지털 가속화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핀테크 분야다.

레그테크가 확산일로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첫째 기술적 요인을 꼽는다. 금융 디지털화로 금융 거래가 갈수록 빨라지게 되면 기존 아날로그 형태의 준법감시시스템으론 적시 대응이 어렵다. 자칫 컴플라리언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둘째 가성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마이데이터 경쟁 등으로 다양한 맞춤형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 기존 준법감시서비스는 인건비, 시간비용 등 측면에서 레그테크 자동화서비스를 당할 수 없다. 또 금융 소비자주권 강화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소비자보호도 레그테크 관심도를 높이고 있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분야를 살펴보자

금융회사 내부통제 외에 모든 외부 금융거래 규제가 대상이지만 특히 소비자보호, 거래 규모, 반복성 측면에서 중요도가 큰 분야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 자금세탁, 이상거래탐지 등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개인정보 보호는 데이터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고객확인(KYC)을 위한 블록체인 연계 레그테크가 중요해지고 있다. 자금세탁은 은행 없이도 입출금할 수 있는 가상자산과 관련, 이상거래탐지는 금융 디지털·비대면 거래와 관련 각각 레그테크 수요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톰슨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레그테크 수요는 금융회사의 준법 내부통제 모니터링(21%), 개인신원증명(17%), 자금세탁방지(12%) 순으로 많다.

글로벌시장에서도 레그테크 도입이 활발하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다. 특히 영국은 2015년부터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설문조사, 간담회 등을 통해 직접 레그테크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도 2008년 리만사태 이후 국가별 다양한 금융규제와 자금세탁방지 법안이 통과되면서 레그테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2년 유럽 지역에서 평균 7분마다 규제가 하나씩 늘어났다고 했을 정도다. 대표적인 기업으론 은행을 위한 고객확인(KYC) 자동화솔루션을 제공하는 영국의 엔컴파스(Encompass), 사이버보안 레그테크에 특화된 독일의 앨린(Alyne), 가상자산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분야에서 유명한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를 들 수 있다.

2022~2026년 연평균 20.4% 급성장, 116억8000만달러(약 15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레그테크 1.0단계인 내부통제 모니터링을 거쳐 현재는 각 금융거래 규제 절차를 디지털 자동화하는 2.0단계이다. 조만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금융 규제에 따른 위험을 예측해서 측정하는 3.0단계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018년 한 은행의 미국 지점이 내부통제 미비로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를 계기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신한은행이 정보보호 레그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금융거래 규제 자동화에 시동을 걸고 있으나 대부분 아직 1.0단계인 내부통제 모니터링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옥타솔루션, 유니타스(Unitas) 등 자금세탁방지 레그테크업체들이 분발하고 있지만 수요 확대에는 제약이 있다는 평가다.

금융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레그테크의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건 해외시장 경험상 명확하다. 금융회사의 규제준수비용과 위반리스크를 줄이고, 금융소비자를 사기와 해킹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뿐만 아니라 규제 디지털화를 통한 DB 구축으로 규제가이드 개선 등 효율적인 금융감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영국 FCA와 같이 보다 적극적인 레그테크 육성책을 통해 시장 수요를 확대해 줌으로써 레그테크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핀테크) 활성화 및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