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의 세계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성숙 공정 중심으로 약진했다. 지난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한 중국 파운드리 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화훙그룹·넥스칩은 올 1분기에 총 33억29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3개사는 중국 대표 파운드리로, 시장 점유율 합은 10.2%다. 전 분기 9.3%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처음으로 10%대 점유율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와 견줘 SMIC는 0.4%, 화훙그룹은 0.3%, 넥스칩은 0.2% 각각 늘었다.
넥스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대형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넥스칩은 지난해 4분기 DB하이텍을 앞지르고 매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1분기에 인텔이 인수한 타워마저 추월, 9위에 올랐다.
중국 파운드리 약진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생산 능력 확대가 주효했다. SMIC는 지난해 4분기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전 분기 대비 97% 증가한 규모다. 화훙그룹도 지난 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51% 늘어난 투자를 진행했다. 넥스칩도 올해 N2 공장을 구축, 생산 능력 확대를 노린다. 이미지센서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생산 제품도 다각화한다.
업계에서는 첨단 공정 전환이 어려운 중국이 성숙 공정을 앞세워 생산 역량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1일 “미국 견제로 첨단 공정 장비 도입이 어려운 중국이 성숙 공정 쪽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는 품목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병목 현상으로 양산 라인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국내 팹리스도 중국 파운드리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와 반도체 제조사가 공정 장비를 대거 확보하고 있어 생산 능력 확대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중국 반도체 장비 구매액이 17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대비 소폭 줄었지만 대만과 한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 규모다. 중국은 2011년과 2010년 반도체 장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로 등극했다.
한편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올 1분기 시장 점유율은 53.6%다. 삼성전자는 16.3%로 전 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트렌드포스는 TV와 스마트폰 시장 침체 영향으로 삼성전자 점유율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