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를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플래시 메모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이 나왔다. 이 메모리는 한 개 소자만으로도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메모리 용량 증가뿐만 아니라 향후 인공지능(AI) 연산을 위한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정윤영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와 전자전기공학과 통합과정 박성민 씨 연구팀이 삼성전자와 공동연구를 통해 의도적으로 결함을 만들어 데이터 저장량을 늘린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AI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기존 디지털 방식과 다르게 여러 레벨의 데이터를 표현하면서 신경망 연산에 최적화된 AI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소재, 소자를 활용한 메모리가 AI 반도체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다양한 전자기기 저장장치로 널리 이용된 플래시 메모리보다 내구성, 양산성, 정보 저장능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활용성이 검증된 플래시 메모리 기반으로 고성능 AI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해 높은 에너지를 갖는 플라스마 입자를 메모리 데이터 저장 영역에 강하게 충돌시켰다. 충돌로 인해 데이터 저장 층에 생성된 다량의 결함에는 보다 많은 전자가 저장될 수 있어 기존 플래시 메모리 대비 데이터 저장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량의 결함이 형성된 데이터 저장 층에 전자를 점진적으로 채우면 여러 레벨의 데이터를 단일 소자에서 표현하는 멀티레벨 메모리를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멀티레벨 플래시 메모리는 무려 8개 레벨을 안정적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연구성과는 새로운 반도체 소재나 구조를 개발해야 하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이미 우수한 성능과 양산성이 검증된 플래시 메모리를 AI 반도체용으로 크게 발전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AI 반도체 소자에 적용할 경우 기존 AI 반도체 소자와 비교해 추론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나노 기술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 '머터리얼즈 투데이 나노(Materials Today Nano)'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