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주요 VC들 어디에 투자했나…“1순위는 바이오·의료"

바이오 스타트업, 후속투자 유인 커져
IMM, 22건 중 8건·KB, 19% 비중 차지
좋은 스타트업 싸게 투자 기회 열려
의대 출신 창업 늘며 '인재 기대감' 작용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VC)들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깐깐해진 상장 심사에 증시 부진까지 겹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밸류에이션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으로 바이오 스타트업 가치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후속 투자 유인이 커진 데다, 유망산업이라는 점은 변함없다는 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Photo Image

20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THE VC)가 집계한 국내 주요 VC들의 상반기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VC가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힘쓰면서도 바이오·의료 투자 건수가 가장 많았다.

국내 대표 VC로 꼽히는 IMM인베스트먼트가 올해 들어 확정한 투자 22건 중 8건은 바이오·의료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알코올 중독·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웰트',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오케스트라', 면역항암제 개발사 '스파크바이오파마'를 택했다. 또 인공지능 수술 솔루션 업체인 '휴톰'에 투자하는 등 IMM은 신약 개발서부터 신개념 디지털 치료제까지 바이오·의료 전반에 걸친 투자를 보였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기업 대상 솔루션(샤플앤컴퍼니, 마이프랜차이즈), 콘텐츠(카펜스트리트, 웨스트월드), 블록체인(두나무, 크로스앵글) 분야에서는 각각 2건을 단행했으며, 항공기·드론(니어스랩) 등 8개 분야에는 1건씩 투자했다.

올해 가장 많은 투자(45건)를 집행한 KB인베스트먼트도 바이오·의료(8건·19%) 분야 투자가 가장 많았다.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투자에 참여한 휴톰, 트리오어, 스파크바이오파마부터 신약개발사 뉴롤메드·노벨티노빌리티·핀테라퓨틱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 등을 대상으로 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콘텐츠 분야 투자도 활발히 해 바이오·의료 분야에 맞먹는 총 7건을 투자했다. 크리에이터와 팬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스티키밤 운영사 '트리니들'과 웹드라마 등 영상물 콘텐츠 제작사 '와이낫미디어' 등에 투자했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디지털자산 투자 서비스 '업라이즈' 등 블록체인 분야에도 총 4건을 투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35건)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26건)도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가 두드러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바이오·의료 투자 건수는 8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23%)을 차지했다. 영유아 발달장애를 진단하는 '루먼랩'과 줄기세포 엑소좀 치료제 개발사 '브렉소젠',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사 '히츠' 등을 선택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도 '앤트' '카이헬스' '인셀' '닥터다이어리' 등 7건의 바이오·의료 투자를 집행했다. 앤트는 바이오·나노·화학 분야 연구 데이터를 통합 기록·관리하는 솔루션 '랩노트' 개발사이며, 카이헬스는 AI 기반 난임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닥터다이어리는 당뇨관리 전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국내 최대 당뇨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2건), 화학(2건), 패션(2건), 반려동물(1건) 등 나머지 분야 투자는 1~2건에 그쳤다.

분석 결과 투자 건수가 적은 VC일수록 바이오·의료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바이오·의료 분야를 투자 최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와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대표적으로,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올 4건의 투자 중 3건이, 프리미어파트너스는 7건 중 4건이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였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항체치료제 개발사 '노벨티노빌리티', 면역항암치료제 개발사 '셀렉신', 혈관질환치료제 개발사 '바스테라' 등 신약 개발사에 집중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면역항암제 개발사 이뮨온시아와 생체현미경 기술기업 '아이빔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진단 분야 '앱솔로지'와 '진씨커' 등을 택했다. 이뮨온시아와 아이빔테크놀로지 모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조기 투자 회수의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소프트뱅크벤처스(9건 중 2건), 아주IB투자(16건 중 5건), SV인베스트먼트(7건 중 2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15건 중 4건), 스톤브릿지벤처스(18건 중 5건) 등도 각사의 투자 중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는 바이오 투자 전망과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 상장 문턱이 높아지고 IPO 철회 기업이 속속 생겨남에 따라 바이오 투자가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바이오 스타트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되레 투자 적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 VC 관계자는 “올 바이오·의료 투자 대다수는 후속 투자”라면서 “지난해 높은 가치평가로 추가 투자가 곤란했다면 최근 가치가 떨어지면서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적기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옥석(玉石) 모두 고평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옥석을 가려 '옥'을 싸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의대 출신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자가 늘고 있는데, 이들은 대입 당시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라면서 의대 출신 창업자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결국 바이오 사업이 국내 유망 산업 중 하나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