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년 이후 미래를 내다본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김사라은경 서울과기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는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이 장기적 방안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급성에 쫓긴 기술자 양산 정책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산업계에서는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요구하지만, 장기적 산업 발전과 학생 진로를 고려한다면 공학 기초교육부터 탄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98년부터 약 7년간 미국 인텔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20년에는 반도체 수동소자 전문기업 '앨로힘'을 공동 창업했다. 연구개발(R&D), 교육, 창업까지 두루 경험한 반도체 전문가다.
김 교수는 “전국 모든 대학이 유행처럼 비슷한 학과를 만들면 5~10년 이후 학생이 졸업했을 때는 어떻게 할지를 감안해야 한다”라며 “반도체 물리, 회로, 소자, 집적화, 인공지능 설계 등 반도체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재료, 설계, 물리, 전기·전자 등 공학 기초교육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업계 인재 양성 정책이 당장 반도체 기업 취업률 등을 성과나 목표로만 삼게 되면 글로벌 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기업이 연구개발(R&D) 후원자로 나서는 미국의 'SRC(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프로그램'을 사례로 소개했다. SRC는 인재 양성에서 가장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으며 국내에서도 이를 모델로 한 사업이 고안되기도 했다. 그는 “SRC는 (연구과제가) 실패해도 미래 반도체 산업을 내다보고 이것이 교육과 연구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가를 주로 논의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은 현재 설계, 공정, 양산에 참여하는 기업간 끊임없는 협업 과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보교류나 네트워크도 글로벌로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이 분업화, 고도화되면서 엔지니어 역량에서도 리더십, 프리젠테이션 능력, 의사소통 능력, 영어와 같은 '소프트스킬'이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엔지니어는 기술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이고 종합적 사고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반도체 공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 능력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미 인텔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반도체 직원에게 통계와 데이터 관련 필수 재교육을 진행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에게 축적의 시간이 짧았다”며 산·학·관이 참여하는 반도체 교육에 대한 체계적 논의를 이어달라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