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이음 5G)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네트워크 전문 사업자로서 설계 컨설팅부터 구축, 운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약 458억원을 투입해 이음 5G를 기반으로 한 5G 융합서비스 활성화 사업을 진행한다. 의료, 물류, 안전, 항공, 에너지, 제조 등 공공·민간 분야 전반에 걸쳐 5G를 적용하기 위함이다. 3개 실증 사업에는 이통사와 이통 자회사가 주관사 및 컨소시엄 참여 사업자로 대거 참여했다.
전문성을 갖춘 이통사가 이음 5G 확산에 두 팔을 걷고 나선 것이 반가운 일이지만 이음 5G의 본래 의도를 희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애초 이통사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사업자가 직접 5G를 활용해서 융합 서비스를 탄생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이음 5G 제도를 마련했다. 실제 네이버 클라우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등이 이음 5G 주파수를 할당받고 로봇·스마트팩토리 등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5G 융합서비스 확산을 과거 상용망 중심으로 진행한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이음 5G 기반으로 추진하는 것 또한 이통사만으로는 융합서비스 확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과기정통부가 확대하고자 하는 5G 28㎓ 대역의 경우 이통사는 사업성 등을 이유로 기지국 구축 및 서비스 확산에 소극적이었다.
이통사가 상용망 주파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음 5G 주파수를 활용해 수익 사업을 벌일 경우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음 5G 구축 방법 가운데 타입3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이음 5G 주파수를 할당받아 수요기업이나 협력사, 방문객 등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이통사가 자회사 등을 활용해 주파수를 상용망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당받아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월 예정이었던 5G 융합서비스 활성화 사업의 최종 사업자 발표가 미뤄지는 데는 과기정통부의 고심이 담겨있다.
이통사가 이음 5G 시장에서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이음 5G는 수요기업이 직접 네트워크 설계·구축·운영 등을 진행하려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중소기업 등은 이음 5G를 활용하고 싶어도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통사는 이 같은 수요처에 네트워크 설계부터 코어망 대여, 장비 구입, 구축 운영 지원 등을 패키지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에 서비스 초점을 맞춰야 한다. 클라우드를 활용해서 이음 5G를 더욱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도 내놓을 수 있다. 이통사가 지닌 장점을 수요기업에 적절히 제공한다면 5G 융합서비스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