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대학 정원 확대 환영”…학계 “교육 인프라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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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2022.6.7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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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학의 학과 정원 확대로 반도체 전문 인재를 양성하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관련 업계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인력 전체 모수가 늘어나는 만큼 대기업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 중소·중견기업까지 낙수효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단순 정원 확대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교육 질을 높일 인프라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이 풀리면 지방 대학과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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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관련학과 졸업생은 연간 650명 수준이다. 당장 업계에서 필요한 산업 인력 수요 1500명과 견줘 턱없이 부족하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업계는 3만명의 인재 부족에 허덕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학 정원 제한을 풀어 반도체 학과를 증원하려는 시도는 업계 만연한 인력 부족을 해결할 주요 방법론으로 떠오른다. 지금까지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려고 해도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때문에 가로막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학과 정원 확대로 반도체 인재 총수가 늘어나면 인력 수급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반도체 인재가 많은 문제도 절대 모수가 늘어나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고급 인재 양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졸업했더라도 재교육을 거쳐 실제 현장에 투입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만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신속히 높이려면 석·박사급 전공 인력도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왕성호 한국팹리스연합 사무총장(네메시스 대표)은 “현재 반도체 석·박사급 인재 취업률은 사실상 100%에 가깝고 이는 업계의 고급 인력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대학에서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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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반도체 기업의 약진으로 K-반도체에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국내 기업과 대학이 전문 인력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주말 충남 천안시 한국기술교대에서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활용하는 장비를 이용, 반도체 제작 과정 실습을 하고 있다.천안(충남)=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단순 학부생 정원만 늘릴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반도체 교육 질이 저하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학생은 늘어나는 반면에 교수 숫자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교수 1명당 대학원생 20여명을 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학과 정원이 늘 경우 교수 부족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장)는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에 대응해 전문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을 추진하려면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며 “교수뿐 아니라 실험·실습 기자재 등 추가로 갖춰야 할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해소는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야기할 것이란 지적도 많다. 반도체를 공부하려는 학생이 수도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방 거점 국립대 등에도 반도체 특성화 교육을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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