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집무실로 매일 출근…약식 회견 일상화
휴일에는 전통시장·맛집 등 찾아 국민과 소통
인사는 오로지 '능력' 위주…반도체 육성 강조
대통령 취임 한달, 연일 파격적인 행보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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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시절 MB(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얘기. 생각 변함 없나.” “20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맞지 않아. 과거 전례에 맞춰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받고 답한 내용이다.

대통령 행보가 이채롭다.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한 달, 속된 말로 '파격적'이다. 관점에 따라 논란은 있지만, 이전까지 대통령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 많다.

◇출근하는 대통령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겼다. 청와대를 벗어나니 대통령이 집무실로 출퇴근하는 모습이 매일 언론에 노출된다. '도어스테핑(약식회견)'도 일상화됐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윤 대통령은 3~4개 질문에 간단히 답하고 집무실로 올라간다. 이전에는 매일 국가 현안에 대해 직접 대통령이 답하는 일이 없었다. 청와대 출입 기자도 대통령 얼굴을 1년에 2~3번 볼까 말까 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나 보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덩달아 대통령 출근 시간도 매일 확인된다. 대통령이 지각하는지 국민이 매일 지켜보는 셈이다.

다음 달 초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새 관저로 개조해 이사한 뒤에도 '출퇴근하는 대통령' 모습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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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 앞서 손흥민 선수를 향해 엄지척을 하고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 한 사람

윤 대통령의 또 다른 특징은 주말을 국민과 함께 보낸다는 것이다. 휴일을 맞아 개방된 청와대를 관람하고,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백화점, 전통시장에서 쇼핑도 즐긴다. 공원을 산책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지인과 술자리도 함께한다. 최소 경호인력만 주변에 배치된다. 대선 전 약속처럼 청와대 구중궁궐에 숨지 않는다. 전임 대통령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파격적이다. 국민 한 사람으로서, 국민 속에 들어가 '소통'하고 있다. 평일 점심 식사도 집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많이 한다. 집무실 인근 '용리단길'의 맛집마다 대통령 친필 사인이 벽에 걸린다. 한 빵집은 윤 대통령이 방문해 산 빵을 묶어 '윤세트'라는 메뉴도 새롭게 내놨다. 참모진과 식사한 맛집과 메뉴는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매 끼니 '혼밥(혼자 식사하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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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을 방문, 활어를 뜰채로 건져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는 유능함에 방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 윤석열 정부 내각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윤 대통령의 인사 기조는 '능력' 그리고 또 '능력'이다. 유능한 정부를 구성해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장차관 등 주요 자리는 모두 해당 분야 전문가인 관료와 교수, 기업인이 차지했다. 지난 정부와 같은 인위적 자리 배분은 없었다. 인사평가에서 여성이 그간 불이익을 받아왔다는 제언을 접한 뒤에는 여성 전문가의 주요 보직 배치도 망설이지 않았다. 인사는 오로지 능력을 최우선순위로 삼았다. 검찰 출신을 일부 보직에 중용하면서는 공직사회 내부 '기득권' '카르텔' 타파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도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기자들에게 “반도체는 첨단 산업구조 체계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분야다. 그래서 제가 모든 국무위원에게 이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다 갖추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로, 항만 등 인프라에 집중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식산업, ICT 인프라와 생태계 조성에 집중했다면, 윤 대통령은 '21세기의 총과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 자신을 포함해 국무총리와 장관 등 최고 결정권자들이 '공부'를 해서라도 우리 산업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