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엔터테인먼트 업계 숙원 '퍼블리시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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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약 3년 전 일이다. A사는 소속 가수의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의 명성대로 콘서트 규모는 매우 컸으며, 준비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도 많았다. 여기에는 이른바 '짝퉁 구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포함돼 있었다.

수많은 관람객이 모이는 만큼 '짝퉁 구즈'의 판매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개별 소속사가 자체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당시 A사는 위조상품 단속 전문기관인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속 가수의 이미지를 허락 없이 사용한 제품이 어떠한 법에 저촉되는 것인지 불명확했기 때문이었다.

등록상표나 등록디자인을 무단 도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상표법 또는 디자인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표를 사용하지 않고 멤버의 얼굴이나 사인 등을 무단 도용한 제품,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의 제품에 대해서는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당시에는 불법 제품 판매자에게 판매 중지를 권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재발해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제작할 수 있는 모든 제품 형태를 예상해서 디자인권을 미리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소비자는 이러한 불법 제품을 기획사 정품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조악한 품질로 말미암은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팬들은 기획사가 팬심을 악용해서 비싼 가격으로 질 낮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씌우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방안 논의가 시작됐고, 특허청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연예인 얼굴이나 이름이 지닌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는 이른바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 방안에 대한 논의였다.

사실 '퍼블리시티권'은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다뤄 온 쟁점이다. 보호의 필요성부터 입법 형태에 대해서까지 많은 전문가가 다양한 주장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보호가 필요하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요구에도 장기간 입법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수년 만에 퍼블리시티권 입법 논의가 다시 활성화되는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입법 추진이 여러 번 무산된 과거 전철을 다시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시행되는 부정경쟁방지법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수십년 동안 업계에 종사해 오면서 염원해 온 법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사랑으로 유지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얼굴이나 이름이 함부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떳떳하게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아픔이 치유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업계에서 요구해 온 '퍼블리시티권 보호'는 결국 얼굴이나 이름이 지닌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법을 통해 얼굴 등의 무단 사용으로 발생한 재산적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업계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염원해 온 소원이 성취되는 것과 같다.

아무쪼록 새로운 법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우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지금도 전 세계로 뻗어 가고 있지만 새로운 법으로 말미암아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것이다. 이 기회를 빌려 오랜 기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해 온 일원으로서 그동안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한 국회와 정부 부처, 업계 관계자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한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ulla05@k-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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