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핵관 싸움' 시즌2… 與 정계 개편 '신호탄'

Photo Image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부터), 박대출 의원, 정진석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1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국민의힘의 내부 기류가 심상치 않다. 대선과정에서 겪었던 '이준석-윤핵관' 사이의 다툼이 다시 재현되는 모양새다. 결국 앞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권 내부 정계 개편이 벌써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주 이르핀 지역을 방문해 “키이우 위성도시격인 부차와 이르핀 지역이 파괴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대표의 유럽행이 '자기 정치'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 불과 일주일”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당의 내실을 다져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일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내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외교 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 측이 밝힌 정치 혁신에도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싣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정 의원은 “우크라이나 방문, 혁신위원회 설치, 2024 총선 공천 혁명 등 개혁·변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순위를 따진다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정 의원 의견에 힘을 실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방문 시기나 형식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조금 더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안보나 국방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선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Photo Image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시를 방문, 민간인 고문 매장지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이 대표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에서 꾸준히 메시지를 내며 당내 여러 가지 비판을 정면돌파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우크라이나가) 피해를 봐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와 국민의힘이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며 “무엇보다 전쟁의 참화를 겪은 분들이 매우 절박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우리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질적인 하나의 과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고려인협회와의 만찬 간담회에서도 “어제와 오늘 전쟁 이후의 복구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는 30년간 외교를 이어나갔지만 실질적인 외교사업을 하지는 못했다”며 “이번 기회에 외교사업이 이뤄지면서 고려인과의 관계도 돈독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내 갈등을 두고 여권발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동안 감춰왔던 이 대표 측과 윤핵관 측의 갈등을 넘어 차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앞으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7일 전자신문에 “두 차례의 큰 선거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여권 내부에서 정치 질서 개편이 시작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먼저 정계 개편에 불을 질렀다. 이 대표는 새로운 방식으로 정계 개편을 통한 당권 다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나중에 자신이 직접 총선에도 나서야 한다”며 “당내 세력이 다소 부족한 이 대표는 결국 국민들의 지지가 필수”라며 “그렇게 해야 이 대표도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