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 출국장에서 취재진에 특별한 메시지 없이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말만 건네고 바쁜 걸음으로 떠났다.
이 부회장은 일정, 인수합병(M&A) 추진, 취업제한 등에 관한 세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장비 수급과 인수합병(M&A) 등 중대한 결정을 앞둔 데다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오는 18일까지 예정된 유럽 출장길에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초미세 반도체 회로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을 찾아 반도체 관련 M&A를 구체화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의 유력 M&A 대상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네덜란드), 인피니온(독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ARM(영국) 등 기업이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떠난 7일은 마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나온 지 29년 되는 날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출장 도중에 삼성전자 해외 임원들을 불러 모은 뒤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혁신을 주문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등 전례 없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총수 공백 등 속에서 대내외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후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밝힌 이 부회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 더욱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원자재 공급 경색 문제를 해결하는가 하면 직접 출장길에 오르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