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규범상 통신사로 볼 수 없어
넷플 '상호무정산' 주장과 배치
SK브로드밴드 논리에 힘 실려
넷플릭스의 법적 지위가 한국 전기통신사업법뿐만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에서도 통신사가 아닌 '최종이용자'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통신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접속을 하는 관계가 아니라, 통신망 이용자로서 전용회선료 등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하는 관계임이 국제규범 상으로도 인정된다는 의미다. 양사간 재판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5일 한·미 FTA 협정문 통신챕터 '정의(제14.24조)' 항목에 따르면, 통신망 생태계 구성원은 '공중통신서비스 공급자'와 '최종이용자'로 단순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정문은 '최종이용자'를 공중통신서비스의 공급자 이외의 서비스공급자를 포함한 공중통신서비스의 최종소비자 또는 가입자로 정의했다. '공중통신서비스'에 대해서는 고객의 정보를 형태나 내용 면에서 종단간의 변경 없이 둘 이상 지점 간 고객이 제공하는 전화·데이터 전송을 수반할 수 있고, 부가서비스는 제외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법률 용어가 다소 복잡하지만, 의미는 단순하다. 인터넷·전화 등 통신망을 통해 둘 이상 고객에 음성·데이터 등을 활용해 일반 소비자 또는 기업에 연결성을 제공하면 통신사이고, 그렇지 않다면 최종이용자라는 해석이다.
다수 통신 전문가는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회원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서비스”라며 “넷플릭스는 A 회원이 전송한 데이터를 자사가 보유한 인터넷망으로 형태변경 없이 전송받아 B 회원에게 전송하는 역할은 하지 않으므로, 한·미 FTA와 한국 전기통신사업법이 정의하는 이용자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소송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통신사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 '오픈커넥트(OCA)'를 구축하고, SK브로드밴드와 접속(피어링) 했으므로, 양사는 통신사로서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무정산(빌앤킵) 거래관행을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넷플릭스는 통신망을 보유했고,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으로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한국 전기통신사업법은 물론 한국과 미국이 맺은 FTA에서도 통신사 간의 관계가 아니라, 통신사-이용자의 관계로 규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DN도 부가통신사로 규정한다.
넷플릭스의 통신망 내에서의 지위가 최종이용자로 확실하게 규정될 경우, 이용요금 또는 전용회선료에 해당하는 망 이용대가를 내야한다는 논리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망 보유라는 특수한 형태로 사업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타인이 보유한 한국의 통신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채무가 발생한다는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1심 판결에서 “넷플릭스는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과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미 FTA 통신협정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