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그 여파는 경제, 식량, 에너지 등 모든 분야로 퍼져 나가고 있다. 4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회에서의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군사 장비 지원을 요청하고 우크라이나 대사도 국내 방산 기업 방문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는 뉴스를 접하며 스스로 자기 나라를 지켜낼 힘이 없는 지도자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고, 스스로 내 나라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자주국방은 중요하다. 자주국방은 국가방위태세를 타국에 의존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도 자국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강력한 군대가 필요하고, 강력한 군대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첨단 무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높은 기술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고, 반도체·ICT·배터리·자동차·조선 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무기 개발에서도 상당 부분 국산화를 이루어 냈다. 그러나 첨단 무기 개발 측면에서 보면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난다.
국방비 지출 세계 1위인 미국은 천조국으로도 불린다. 천조국은 국방 예산이 1000조원이라는 의미다. 올해 미국의 국방 예산은 7780억달러(약 986조원)에 달한다. 실제 국방 예산이 1000조원에 근접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전체 예산이 607조원이고 국방 예산이 54조6000억원으로 우리 나라 전체 예산의 1.6배, 국방 예산의 18배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미국은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엄청난 국방비를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무기 시장의 규모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방산 업체들은 2020년에 총 5310억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 세계 100대 방산 업체 가운데 1~5위는 모두 미국 기업이다. 국내 기업은 50위권 밖으로 4개사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출하고 수입하는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가 4403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 무기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군비 증강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무기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의 국내 개발은 자주 국방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무기 수출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 4조원대의 '천궁II' 미사일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이는 정부, 국방과학연구소, 국내 방산 업체의 노력 결과다. 최근 방산 수출 또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한국산 우선 획득 제도를 통해 무기 획득에서 국내 연구개발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국외 구매 시 국내 업체의 참여를 강화하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도전적 국방 R&D를 통해 첨단무기체계를 전력화하고 방산 수출로 이어지는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 국가 먹거리 산업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방산 업체도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첨단 무기 개발은 해외로부터의 기술 이전이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는 7조원에 이르는 예산으로 F35 스텔스기 40대를 도입했으나 미국은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핵심 기술 4개 분야의 기술 이전을 거부했고,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내 방산업체가 수년간 노력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첨단 무기 개발은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 비용 투입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뤄진다. 해외로부터의 기술 이전이 쉽지 않은 첨단 무기 개발 시 엔지니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기술 개발 성공 시에는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국방과학연구소·방산업체 연구자들의 연구개발 노력, 학교의 관련 인력 양성이 더해져 첨단 무기 개발을 우리 힘으로 이뤄내고 우리 나라의 첨단 무기가 세계 무기 시장을 주도할 날을 기대해 본다.
박용배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레이다연구회 위원장(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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