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IBS 연구팀, 빛·소리에 의해 화학반응 조절하는 기술 개발
색깔로 패턴 시각화…복잡한 길 따라 물체 움직일 수도 있어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김기문 화학과 교수(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단장)와 첨단재료과학부 통합과정 최서연 씨 연구팀이 라훌 데브 뮤코파타야이 IBS 연구위원과 함께 빛과 소리에 의해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이를 색깔로 시각화하고, 용액 위에서 물체를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음도 함께 선보였다.
연구팀은 빛에 의해 바이올로젠(Viologen) 용액의 산화반응이 일어날 때 소리를 함께 이용하면 화학반응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용액은 노란색을 띠다가 빛과 반응하면 초록색으로 바뀌는 성질이 있다. 여기에 빛을 쪼이는 영역과 소리를 조합하면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이뤄진 동심원 패턴의 형성과 소멸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또 용액 위에서 물체를 움직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페트리 접시 안의 용액에 작은 물체를 띄우고 레이저 포인터로 빛을 쏘면, 화학반응으로 인해 표면장력이 줄어들면서 순간적으로 용액 흐름이 발생한다. 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체도 움직인다. 소리를 활용하면 물체의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미로찾기와 같은 복잡한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자연과 같은 비평형 상태에서 빛과 소리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힌 결과다. 특히 연구에서 확인한 화학반응을 이진법의 불 논리(Boolean logic)로 해석함으로써 생명체의 복잡한 신호 처리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논문은 국제 학술지 '켐(Chem)'에 최근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