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개발자 구인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노코드·로코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노코드(No-code)는 코딩 없이 쉽게 앱·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말로 하거나 포토숍처럼 클릭 하는 등 직관적으로 개발하는 기법이다. 로코드(Low-code)는 코딩을 최소화하는 기법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4년 출시 앱 10개 중 7개는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SW 개발자 분석업체 슬래시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개발자 46%가 노코드·로코드 개발도구를 일정 부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클라우드 확산…노코드·로코드 앞당겨
디지털 전환과 클라우드 확산 등으로 노코드·로코드 시대가 앞당겨졌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전환을 촉진하는 노코드와 RPA' 보고서는 “소프트웨어(SW) 없이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디지털 전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문 SW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며 “노코드·로코드 등 SW개발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발전하게 됐다”고 적시했다.
클라우드 확산도 노코드·로코드 확산을 견인했다. 클라우드 도입 증가로 클라우드가 아닌 기존 시스템 기반 앱을 클라우드에 맞게 다시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 등이 대두되며 개발 수요가 급증했다.
산업 곳곳에 SW 활용이 늘어날수록 SW 인력 부족 현상도 심화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향후 5년간 SW 분야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으로 추산되지만 공급은 32만4000명으로, 연평균 6000명가량 부족할 전망이다.
해외도 SW개발자 부족은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컴퓨터 관련 일자리가 2029년까지 약 53만개 증가하지만, 컴퓨터 공학 전공 졸업생은 연 4만7000명으로 퇴직자를 고려하면 SW 개발자 부족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노코드·로코드 산업 '꿈틀'
구글과 MS, 아마존, SAP, 오라클,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은 클라우드 기반 노코드·로코드 개발도구를 출시했다.
대표적인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은 구글 '앱시트'와 MS '파워앱스' 등이다. 앱시트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이용할 데이터를 선택하고 어떤 모양으로 앱을 구현할 것인지 설정하면 앱을 만들 수 있다. 파워앱스는 지난해 일상대화로도 코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바 있다.
국내 노코드·로코드 시장은 태동기 수준으로 평가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노코드·로코드 국산 솔루션은 태동기로 시장의 니즈와 인식, 제품 인지도를 높이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 중 비아이매트릭스와 퀸텟시스템즈, 유라클, vtw, 아가도스 등이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LG CNS와 네이버 등 대기업이 무료 노코드 플랫폼을 선보이며 노코드 문화 확산에 가세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노코드 플랫폼도 인기다. 소프트파워가 노코드 솔루션 '스마트메이커'를 개인용 시장(B2C)에 공급한 이래 지난해 기준으로 소상공인 앱제작 사례는 1207건에 이른다.
의료 특화 노코드 플랫폼도 등장했다. 딥노이드의 '딥파이'는 개발지식이 없는 의료진이 이미지 전 처리, 신경망 모듈을 블럭처럼 조합해 딥러닝 기반 의료 AI 연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딥파이를 활용한 AI연구개발 수는 5000건에 육박한다.
업스테이지는 최신 AI 기술을 다양한 업종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AI 팩'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노코드·로코드, 개발자 지형 바꾼다
코딩없이도 코딩했을 때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제작 효율이 극단적으로 제고된다. 멘딕스에 따르면, 기존에 SW 하나를 개발하는 데 정규직 개발자 5명이 필요하고 9개월이 소요됐다면, 노코드·로코드를 도입했을때 생산성이 최소 4배 향상된다.
배영근 비아이매트릭스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림사업정보시스템 시범사업 중 구제방역과의 복잡한 데이터 취합 및 보고서 작성 업무 프로세스의 경우 담당자가 기존에 6시간 이상 소요했던 업무를 5분 내외로 끝낼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노코드·로코드로 작성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개발자 인력 규모는 줄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해당 업무와 조직의 요구사항을 잘 아는 비개발자 직원이 노코드·로코드를 통해 아이디어를 SW 형태로 구체화하는 사례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노코드·로코드로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 업무가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며 “노코드·로코드로 작성 불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에 대한 니즈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CTO는 “노코드·로코드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별도의 직군으로 구별이 되었던 서비스 기획 같은 업무도 개발자의 역할로 점점 편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관계자는 “현업 직원과 전문 SW 개발자의 역할을 구분하고 서로 역할의 변화를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