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책임론 커지자 조치 강화
비밀전송 기능 추가 '라이트코인'
'투자경고종목' 지정해 퇴출 위기
'법률 위반' 업계 해석 달라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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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사태 이후 가상자산거래소 리스크 대응과 투자자 보호 조치 책임론이 여당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됨에 따라 다른 가상자산들의 상장 유지 허들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세대 가상자산 중 하나인 라이트코인 퇴출에 대해 거래소들이 이례적으로 발 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달 업비트, 빗썸, 코인원의 라이트코인(LTC) 유의종목 지정에 이어 24일 고팍스도 LTC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처럼 유의종목 혹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동안 유예 기간을 둔 후, 지정 사유에 대한 소명이나 해소가 없을 시 통상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2011년 등장한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의 하드포크로 파생돼 나온 가상자산이다. 비트코인의 한계로 지적된 전송속도와 수수료 문제를 기술적으로 개선했다. 비교적 긴 역사를 가진 덕분에 탄탄한 커뮤니티와 확고한 입지에 힘입어 대표적인 알트코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유의종목 지정은 라이트코인이 최근 '밈블윔블(WMEB)'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소위 다크코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가상자산은 익명화 기술을 통해 거래정보를 제3자가 알 수 없도록 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데, 라이트코인 역시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거래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비밀전송' 기능이 추가됐다.

이 같은 라이트코인 기능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거래소 입장이다. 전송기록이 식별될 수 없는 가상자산은 자금세탁행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문제는 특금법이나 트래블 룰 위반에 대한 기준이 현재 거래소들의 자체 해석에만 맡겨져 있어 논란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라이트코인 비밀전송 기능은 거래 시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이며 이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 거래정보 수집에 문제가 없다. 또 보유자산과 거래내역이 제3자에게 투명하게 드러나는 기존 가상자산이 오히려 보유자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원화마켓 거래를 지원하는 5대 거래소 중에서도 코빗은 라이트코인에 대한 유의지정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바이낸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글로벌 거래소 역시 여전히 라이트코인 거래를 지원 중이다. 코빗 관계자는 “업그레이드가 진행된 라이트코인이 아직 유의종목으로 지정할 단계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 여당 등이 루나·테라 사태 대응에 대한 책임을 거래소들에 물으면서 각 사업자들이 향후 리스크 해소를 위해 선제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빗의 경우 지난 24일 루나 코인의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했는데, 같은 날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거래소들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루나·테라 사태 책임을 돌릴 대상으로 거래소들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소위 '알아서 기는 행태'를 보이지 않을 수 없다”며 “다른 가상자산들의 신규 상장 혹은 상장 유지에 대해서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