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 'KVN' 네 번째 망원경 구축 중
3개 운용 때보다 갑절 이상 성능 향상
블랙홀 등 국제 공동연구 큰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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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발표된 우리 은하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 중심부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사진=EHT>

인류가 최근 우리 은하 중심부 '궁수자리 A 블랙홀' 모습을 포착하는 성과를 남긴 가운데, 향후 블랙홀을 비롯해 다양한 천체를 포착할 '새로운 무기'가 건설된다. 내년 여름부터는 구동 테스트에 돌입, 내후년에는 실제 활용이 가능해진다.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이번 우리 은하 블랙홀 관측과 같은 거대 국제 연구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25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네 번째 망원경이 현재 서울대 평창 캠퍼스에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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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N은 전파간섭기술(VLBI)을 적용한 체계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대 망원경으로 같은 천체를 동시 관측하고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높은 성능(분해능)을 내는 방식이다. 망원경 간 거리가 멀수록 신호가 더 크게 증폭되고, 망원경이 늘어나 각 쌍을 잇는 선(기선)이 늘어날수록 성능이 높아진다. 기존 KVN 망원경은 서울 연세대, 울산 울산대, 제주 탐라대에 운영 중이다.

네 번째 망원경은 내달 기초대가 완공된다. 기초대는 망원경 구조물을 받치는 역할을 한다. 오는 9월에는 관측동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망원경 구조물 요소들을 만드는 중으로 구조물을 지지하는 콘을 비롯해 윗단 구조물이 움직이게 하는 요크와 요크 베이스, 휠과 거더 등은 이미 제작돼 도색 과정만 남겨두고 있다.

신호 수신 역할을 하는 주경면과 부경, 주경면 형태를 잡아주는 접시 모양 백업스트럭처(BUS) 등 핵심 요소 제작도 곧 이뤄질 계획이다. 천문연은 관측동 공사를 마치는 9월 즈음 망원경 구조물 조립도 시작한다. 내년 4월이면 주경면, BUS 등을 망원경 구조에 올리는 핵심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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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망원경 기초대 건설 현황>

내년 7월부터는 실제 망원경 구동 테스트에 돌입하고 연말까지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 관측에 나선다. 이변이 없다면 2024년에는 일부 기능을 시작으로 망원경을 가동할 수 있다.

네 번째 KVN 망원경은 다양한 무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기존 KVN이 관측할 수 있는 22·43·86·129기가헤르츠(㎓)에 230㎓를 더해 총 5개 채널을 동시 수신할 수 있다.

5채널 동시 관측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동시 관측에 230㎓ 영역을 포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성과로 여겨진다.

KVN 전체 성능을 높이는 기폭제 역할도 한다. 기존 3기 망원경일 때는 기선이 3개지만, 망원경이 4기로 늘어나면 기선은 6개로 2배가 된다. 새로운 망원경의 성능 요소까지 고려하면 KVN이 기존보다 2배 이상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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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중인 망원경 요크(사진 왼쪽)와 콘(오른쪽)>

네 번째 망원경은 이후 KVN으로 수행 중인 프로젝트에 투입될 전망이다. 블랙홀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제트 현상, 늙은 별에서 방출되는 물질 등을 탐구하는 연구에 기여한다. 우리 은하 블랙홀을 포착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국제공동연구 등에도 기여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EHT 연구는 230㎓ 망원경으로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고 낮은 주파수 망원경은 보조적으로 쓰였다. 우리 연구진도 이번 블랙홀 포착 연구에서 관측 자료를 검증하는 역할을 했다. 새롭게 KVN이 강화되면 직접 관측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변도영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를 우려했지만, 심각한 어려움 없이 망원경 건설이 이뤄지는 중”이라며 “네 번째 KVN 망원경을 쓸 수 있게 되면 해외 공동연구에서도 역할을 해 우리나라 천문 연구역량,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