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60조원대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놨다. 투자 분야를 명확히 해 실행에 옮기는데 중점을 둔 계획이다. 미래차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로보틱스, 항공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제조 기술도 강화한다. 국내 대규모 투자를 재차 강조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전략 중심에 있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를 통해 국내에 6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24일 밝혔다. 분야별 투자액은 △전동화·친환경 16조2000억원 △신기술·신사업 8조9000억원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38조원 등이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철강, 건설 등 그룹사 투자까지 더하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더욱 늘어난다.
현대차그룹 3사는 2025년까지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신규 사업뿐만 아니라 활발한 고객 수요가 유지되는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병행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목적 기반 차량(PBV)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선도 업체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투자는 국내 자동차 생산 및 수출 확대,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성장 및 활성화, 국내 신성장산업 동력 확보 등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최대 파트너인 3사의 대형 투자는 국내 산업 생태계에 직·간접으로 긍정 영향을 준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한다. 이 분야에만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 확보가 목적이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간 최대 15만대 규모 PBV 전기차 전용공장이 들어선다. 국내 순수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고성능 전동화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시설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한다. 전동화 및 친환경 차량 다양화, 배터리와 모터 등 PE(Power Electric) 시스템 고도화, 1회 충전 주행거리(AER) 증대 기술 개발 등 제품 경쟁력 향상을 추진한다.
전용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2025년에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체계 하에서 개발된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 과 PBV 전용 플랫폼 'eS'를 선보인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외부와 협업해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등 신사업을 추진한다.
수소 사업 부문에서는 승용, 버스, 트럭 등 차세대 제품과 함께 연료전지 시스템 효율개선과 원가절감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전용 부품 연구시설 인프라도 확충하고 원천 기술, 요소 기술 강화를 위한 외부 스타트업 투자도 추진한다. 연료전지 시스템 적용 분야 확대를 위한 실증 사업도 전개한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에는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모바일 로봇 기술 및 모델 등을 개발한다. 국내에서 로봇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실증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와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기체 개발과 핵심 기술 내재화, 인프라 조성, 사업 모델 구체화에 집중한다.
커넥티비티 분야에서는 차량 제어기술 무선 업데이트(OTA), 제어기 통합, 서버 음성 인식, 위치 기반 개인화 서비스 강화 등 소프트웨어(SW) 기술을 고도화한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레벨4 자율주행 요소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인다. 차량 제어기, 라이다와 카메라 등 센서는 물론, 비상상황을 대비한 이중안전기술(Redundancy) 시스템 등을 개발한다. 로보택시와 로보셔틀은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도심 실증 사업을 폭넓게 전개한다.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는 PBV, 로보트럭 및 셔틀 등 디바이스 콘셉트 모델 및 실물 개발을 추진하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미래 신사업을 뒷받침할 SW 기술을 내재화한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 향상 등에도 38조원을 투입한다. 내연기관차가 2025년에도 현대차·기아 전체 판매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관련 상품성을 높여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내연기관 차량에 적용되는 부품 품질 향상에 힘쓴다. 3사는 장비 및 설비 증설과 생산라인 효율화 등 안정적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한다. 생산과 판매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기반시설 및 보완투자 등 시설투자도 병행한다.
이 같은 투자는 내연기관 차량을 고려하는 고객 선택권을 보장하고, 미래차 부품사로 전환하는 회사들의 투자 재원 마련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제품과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