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올해 605억 예산 2배↑
공동시설 완속충전기 확산 나서
부지 확보 위해 관리소 등 상납
영업비용 더해 '시장 왜곡'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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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건물 관리인에 상납하는 '불법 뇌물'까지 등장했다. 충전기 1대 설치 비용이 150만원 안팎이지만 영업 브로커 비용, 뇌물까지 더해지면서 200만원을 크게 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충전 인프라 확대보다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는 기존 30여 국가 충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이달 27일까지 자체 평가를 통해 올해 25개 충전사업자를 선정한다. 환경부가 확보한 올해 충전기 보조금 사업 예산은 작년도 24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605억원이다. 3만기가 넘는 완속(7·11㎾급) 충전기를 전국 아파트 등 공동시설에 보급한다.

작년도보다 예산이 2배 이상 증액되면서 보조금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대기업이 충전사업자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충전기 운영 숫자 늘리기 경쟁도 가열됐다. 이를 반영하듯 완속 충전기당 영업 수수료가 과거 20만~30만원에서 올해는 50만~65만원까지 뛰었다. 최대 충전 수요처인 아파트 충전 부지를 따내기 위해 영업비 이외 관리소나 입주자대표 등에 제공하는 불법 뇌물까지 등장했다.

뇌물액은 사업자가 브로커에 지불하는 영업비에서 충당한다. 올해 이들 영업비가 65만원까지 늘어난 건 사업자끼리 암암리에 뇌물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아파트 등 공동시설에 대한 충전기 설치 동의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면 관리소나 입주자 대표회의의 도움이 필요하다. 뇌물액은 충전기당 10만~3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완속 충전기 보조금은 장소별 수량에 따라 평균 120만~140만원 수준이다. 정부 보조금의 절반이 충전기 설치·운영과 상관없이 영업비로 쓰이는 셈이다. 경기 수원지역 아파트단지 입주민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충전기 제조사도 아닌 브로커가 회계 처리도 안 되는 리베이트를 주겠다고 수차례나 찾아왔다”고 전했다. 충전업체의 한 대표는 “대략 150만원이면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데 보조금 선점 때문에 15만원에서 20만원의 뇌물을 준다”면서 “국가 충전기 보조금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충전시장을 살리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