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쇼크에 보험사 신용등급 줄하향 '공포'

보험금 지급능력 'AAA→AA+'
RBC비율 하락 주요 원인 꼽혀
내년 새 국제회계제도 도입 고려
자본관리부담 상대적으로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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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실적 부진과 지급여력(RBC)비율 하락 등 건전성 악화를 겪고 있는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다른 보험사의 신용등급도 하향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17일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하향에 따라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들 신평사가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내린 건 RBC비율 하락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화생명 RBC비율은 지난해 1분기 205.0%에서 올해 1분기 161.0%로 44.0%포인트(P) 하락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보험업법 상 100% 이상만 유지하면 되지만 안정적 보험금 지급 체제를 위해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50%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나신평은 “업계 상위권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보험영업 부문의 현금흐름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투자영업이익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이에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과거보다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은 “부채구조가 유사한 다른 대형사 RBC비율이 300% 내외에서 유지되는 점을 고려할 때 한화생명의 자본여력은 경쟁사 대비 낮다”며 “내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부채구조와 자본여력 등을 고려할 때 자본관리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1년 새 수익성도 악화됐다. 한화생명 당기순이익은 올 1분기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194억원에 비해 73.8%나 감소했다.

같은 금융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도 RBC비율이 급락해 신용등급 하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한화손보의 지난 1분기 말 RBC비율은 122.8%로 전 분기 말보다 54.1%P 급락했다. 법정 기준치(100%)에 근접했다.

한화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의 RBC비율도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 신용등급 줄하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DGB생명의 1분기 RBC비율은 84.5%로 100%를 밑돌았다. 지난해 1분기(212.8%)보다 128.3%P 하락했다. DGB생명은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RBC비율을 108.5%로 끌어 올렸다.

이밖에 NH농협생명(131.5%), DB생명(139.1%), 흥국화재(146.6%) 등의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졌다.

다만 RBC비율만 두고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내년 IFRS17이 도입되면 자산과 함께 부채도 시가로 평가해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평사들이 보험사 신용등급을 갑자기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기평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RBC비율뿐 아니라 내년 IFRS17 도입 후 상황까지 감안해 트리플에이(AAA) 보험사와 상대적인 비교를 했을 때 등급 조정이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나신평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RBC비율 하락이 보험사의 실질적인 재무위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새롭게 시행되는 K-ICS 기준 자본적정성 수준과 실질 자본관리능력 등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표]주요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한화생명 쇼크에 보험사 신용등급 줄하향 '공포'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