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충전'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 주도권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전망이 나왔다. 일본 급속충전 경쟁력이 한국·미국 기업보다 뒤처져 있다는 자조 섞인 지적도 제기됐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배터리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 주유 시간 수준으로 단축한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테슬라와 한국 현대차가 선보인 최신 모델을 소개하면서 일본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경쟁에서 열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최근 현대차가 350㎾ 급속충전 기능을 탑재한 다목적 스포츠카(SUV) 형태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일본 시장에 출시했다고 전했다. 현대차 일본 법인인 현대모빌리티를 인용해 5분 충전하면 약 220㎞ 주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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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테슬라는 지난 2019년 250㎾ 급속충전기를 개발, '모델3'에 적용했다. 15분 충전하면 약 275㎞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폭스바겐 산하 포르쉐와 아우디는 270㎾ 급속충전 기능을 탑재한 모델을 잇달아 선보였다.

반면에 일본 완성차 기업의 급속충전 대응은 한국·미국과 비교해 늦다.

닛산이 지난 12일 선보인 전기차 '아리아'의 충전 출력은 130㎾다. 30분을 충전하면 375㎞를 주행할 수 있다. 토요타가 일본과 영국에서 출시한 신형 모델도 150㎾에 불과하다. 이 같은 차량 스펙은 일본 내 낮은 급속충전기 출력 때문이다. 현재 일본 전기차 충전기 출력은 대부분 50㎾ 이하다. 90㎾ 충전기는 올해 설치하기 시작했다.

닛케이는 그동안 고가 차량을 중심으로 채용된 고출력 급속충전 기능이 아이오닉5 등 500만엔(약 5000만원) 안팎 모델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배터리 탑재량을 늘리며 충전 출력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충전시간이 전기차 구매를 좌우하는 중요 지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앞으로 일본 업체들이 급속충전 부문에서 경쟁사를 따라잡지 못하면 그동안 내연기관 시장에서 확보한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