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이 반복된다. 택시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기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택시업계는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택시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나 소비자 저항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손님을 골라태운다며 택시 플랫폼에 책임을 돌리지만 기사 부족이 근본 문제다. 이동 편의성 제고를 위해 정부, 모빌리티 플랫폼, 택시업계,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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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골라태우기?…택시기사 부족이 원인

서울시는 지난해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플랫폼 택시의 장거리 손님 골라태우기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3㎞) 통행 호출 성공률은 23%로 낮았다. 같은 조건에서 10㎞ 이상 장거리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호출 성공률이 54%를 기록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시는 택시 수요가 많을 경우 기사들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호출을 기반으로 골라태우기를 하고 있다며, 플랫폼이 목적지를 미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실효성이 없다고 거부했다. 택시 대란 원인이 플랫폼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택시 대란 배경에는 플랫폼이 아닌 택시 공급 감소가 있다. 중형택시 요금 인상이 지방자치단체 규제로 제한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자 기사들이 이탈했다. 근로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신규 기사 유입도 미미하다.

전국 택시기사는 2009년 30만1103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다. 지난 3월 기준 23만9003명으로 20.6% 줄었다. 개인사업자인 개인택시보다 법인택시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국 법인택시 대수는 8만5287대인데 기사는 7만4331명으로 1대당 1.15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1.09명이다. 서울 법인택시 가동률이 30%에 불과한 이유다.

택시업계는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젊은 기사가 유입되고 택시 공급 증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업계 바람과 달리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님에도 국민 인식에는 지하철, 시내버스와 같은 선상에 있어 지자체도 요금을 쉽게 올리지 못한다.

처우는 다르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적자를 낼 경우 지자체 또는 정부 지원은 받을 수 있다. 택시는 요금 규제를 받지만 대중교통 지위가 없어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2012년 말 대중교통수단과 시설의 정의에 택시, 택시승강장, 차고지 등을 추가하고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한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대중교통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2019년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탄력 요금제' 확대 필요성 대두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해 정부가 재정 지원하면서 공급을 늘리는 건 사실상 어렵다. 적자인 버스, 지하철을 지원하는 상황에 택시까지 더한다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현재 택시 플랫폼 업체들은 법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 요금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급·승합·대형택시에 자동배차 시스템과 탄력요금제를 접목해서다. 성과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이용자는 빠르게 택시를 잡을 수 있고, 택시기사는 수요가 높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

이에 젊은 기사가 유입될 수 있다. 정부는 주요 택시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부여해 택시기사 자격 획득 문턱을 낮췄다. 20세 이상, 범죄경력조회 시 결격사유가 없는 해당 사업용 자동차 운전경력 1년 이상 보유자면 임시 택시 운전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중형택시보다 비싸지만 여러 이점으로 요금에 대한 이용자 저항도 낮다. 실내 공간이 넓어 쾌적하며 다수가 탑승하는 것도 가능하고, 짐을 운반하는 데도 유용하다.

하지만 고급·승합·대형택시 비중은 시장에서 1.2%에 불과하다. 90.8%는 중형택시다. 중형택시 탄력요금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 타다도 지난달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탄력요금제 등 택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플랫폼, 택시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객자동차법상 중형택시도 탄력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다. 배회 영업에선 불가하지만 플랫폼 앱을 통해 호출을 수락할 땐 적용 가능하다. 아직 신청한 택시 플랫폼 사업자가 없을 뿐이다. 기존 중형택시 대비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요금만 올리는 게 부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스마트호출 요금을 인상했다가 역풍을 맞아 기능을 삭제한 선례가 있다.

◇승차공유 없는 韓…요금 손봐야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의 보완재로 활용된다. 우버가 대표적이다. 우버는 앙숙 관계에 있던 뉴욕시 택시업체와도 협력하면서 시민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뉴욕시 택시도 우버 앱 호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버는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1년 만에 철수했다. 택시업계 반발과 여객자동차법상 허용되지 않는 서비스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2018년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로 급성장했던 '타다 베이직'도 국회가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현재는 우버, 타다 모두 국가면허를 기반으로 택시 사업을 하고 있다.

택시 공급난은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만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집권 초기 지지도가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의 가격 저항을 줄일 묘수를 찾는 게 최대 관건이다.

택시회사 한 대표는 “근본적으로 매년 적자를 기록해 재정적 지원 받는 지하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현실적으로 올려야 택시 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도 누그러질 수 있다”며 “현재 요금 체계에선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추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