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포스트 코로나 시대 '합의'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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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개막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전환'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2회에 걸쳐 코로나19로 바뀌는 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조명해 본다.

코로나 이후 세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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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되고 고립된 나에서 새로운 우리, 물리적으로 고립되고 소프트적으로 유연하게 연결된 우리로 재탄생될 것이다.” 150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하고 세계를 훑고 지나간 지난 2년여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우리가 경험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예측 불가능한 것에 대한 전문가는 없다는 것, 또한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수많은 미래 연구가 있었지만 결국 비교적 확실하게 얻게 된 결론은 “잘 모른다”이다. 새롭게 나타난 미래학 무용론으로 인해 우리 인류는 기존에 유지해 오던 생각의 틀마저 바뀌게 될 것이고, 심지어 항상 새로운 현상을 접하게 되며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사회)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무용론이 지배적이었던 재택근무는 이제 필수 근무 유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이로 인해 사회 구조마저 바뀌고 있다. 인류 문명과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로 이행하면서 기존의 질서와 지배구조에서 플랫폼 자체가 바뀌는 운명적 결과를 초래했다. 혼돈 시대에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옳고 그름의 정의가 선과 악으로 대립되는 신의 세계로부터 출발해 휴머니즘을 거쳐 전 지구적인 가치관, 더 크게는 우주적인 가치관으로 정립돼야 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미래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은 '합의'다. 합의는 너의 이익과 나의 이익이 절반씩 대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것이다. 합의의 대상이 인간과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인간과 지구, 인간과 우주로 확장돼야 하는 것이다.

산업혁명과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 얻은 교훈

현대는 근대를 거치면서 공업화와 산업화를 통해 모든 것을 대량으로 소비하면서 만들어진 사회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인류 생활방식은 다양한 변화를 겪게 됐다. 전통 가치와 예술적 근간을 버리고 이공학적 잣대와 가치관을 선택해서 현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공학적 가치관의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보다 좀 더 나은 방향을 추구해 왔고, 대량생산이라는 지고한 가치를 달성해 왔다. 당시는 그것이 우아해 보이고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살아 왔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시작된 도자기의 예술 가치는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우고 유럽에서 공학적 절정(대량생산)에 도달했다.

이공학적 이점 뒤에는 수많은 폐해도 병존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전문가 신드롬'이다. 어떤 일만 터지면 전문가를 찾아 헤매었고, 찾은 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허다했다. 목적과 합의 없이 주장만 하는 사회로 변질돼 현재에 이르렀다. 서구사회가 발전하게 된 계기는 잘 정비된 사회 구조에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경험하고 대처한 논리적이고 목적적인 결과물도 아니다. 그저 미리 경험하고 이익에 따라 합의를 통해 도출해 낸 결과물일 뿐이다. 발전에 대한 반대급부로써 다양성의 가치를 내세운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사회 현상도 겪게 됐지만 현대 인류가 그린 미래는 항상 풍요롭고 우상향을 그리는 곡선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그동안 누려왔던 지나친 풍요는 우리 세대(가난한 자식 세대)에서 끝날 것이라는 슬픈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개념을 지구로 확장해 보면 소비와 소유는 더욱더 편향되고 대립에 가까운 형태의 결과물을 도출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우리를 향수에 젖게 만들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뤄낸 기술이나 산업의 발전 여부는 가치의 추구와 적용, 지속적인 관심에 달려 있다. 기술의 가치를 발전시킬 것인가 그대로 놓아둘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지난 팬데믹으로 얻은 교훈은 지구 시스템적 관점으로 볼 때 이제 인류에게 남은 선택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서글픈 사실이다.

전염병은 어디에서 시작됐나

인간은 가축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수많은 인수공통 전염병을 인류의 후손들에게 물려줘 왔고, 이제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전염병 확산이 빈번해지고 있고 규모 또한 전 지구적 스케일로 확대해 왔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의하면 인체 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에서 비롯됐고, 특히 새롭게 발생하는 질병 가운데 75% 이상이 동물매개성(Zoonotic) 질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는 계산 불가의 사망자로 기록된 질병 천연두·홍역·흑사병 등을 무수히 겪어 왔고, 해결해 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세계화 물결에 따라 HIV, 출혈열, 뇌염, 말라리아 등 치명적 질환이 국지 문제에서 글로벌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또 Epidemic과 Pandemic 질병 또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해지고, 규모 또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 추세다. 동물의 가축화와 집단 사육은 인간의 시간으로 보더라도 그리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이라는 결과물 또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며, 우리 인간이 한 일들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숙지해야 한다.

이상대 아이엠헬스케어 대표 eric.sddlee@gmail.com

<필자소개>

이상대 대표는 독일 드레스덴공대 대학원에서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박사를 받았다. 삼성전기 책임연구원, 아이엠 사업기획 이사, 강원대 융합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아이엠헬스케어 대표를 맡고 있다. 2014년 식약처장 표창, 2015년 한국바이오협회상, 국무총리 표창장, 2017년 창업진흥원장상, 2019년 식품위생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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