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벤처기업가 출신 이영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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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출신으로서 정부와 여당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던 지난해 3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전담 차관 신설법'(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한 의원에게 막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취재해 보니 주인공은 윤석열 정부의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영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여당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법안은 에너지 전담 차관을 신설하고 105명을 증원하겠다는 큰 얼개만 있고 세부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고, 회의를 거듭할수록 반대 의사가 더 확고해졌다고 했다. 벤처기업가 출신인 이 의원은 “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수차례 지적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에너지 부서가 어수선한 데다 100여명의 인력을 증원하는데 실행계획도 없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의원의 반대에도 법안은 행안위 문턱을 넘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에너지 전담 차관 신설을 공언한 터라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삼은 행안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이 처리됐지만 이 의원의 인상은 뇌리에 깊이 박혔다. 탈원전 정책을 고리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기업가 마인드'로 국정을 바라보는 게 신선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이 의원은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국민 앞에 섰다. 중기벤처 업계는 환영 일색이다. 중소기업융합중앙회·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중소벤처기업 현장 전문가로, 벤처생태계를 육성시킬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첫 대표 발의 법안도 '중소·벤처기업 기 살리기 패키지 3법'일 정도로 업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해 보인다. 친기업 정책을 펴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국정 호흡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후보자의 전문성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제는 국민을 납득시켜야 할 차례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중소벤처진흥공단 운영위원 활동 시 이해 충돌, 모친과의 전세 계약, 블러썸엠앤씨 주식 매각 등 논란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장관으로의 입각 여부를 가리는 자리가 바로 인사청문회다. 청문회를 통과해서 장관에 취임하면 1년 만에 공수가 교대된다. 이영의 중기부엔 '경영자 DNA'가 심어지고 정치 논리에 따른 '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혁신 벤처기업이 마음껏 도전할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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