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선택권 vs 기업 수익성 충돌 불가피
데이터 30GB 이상 상품 출시땐
5만~6만원 초반 요금설정 부담
고액 이용자 연쇄 이동 가능성도
새 정부가 이용자 선택권 강화를 내세우며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를 공언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 하락 등을 이유로 중간요금제 출시에 고민이 깊다. 새 상품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임 장관 취임 직후 이통사에 5G 요금제 부재 구간인 데이터 제공량 10GB와 110GB 사이 요금제 출시를 놓고 협상을 진행한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5G 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23GB인 점을 지적한 만큼 20~3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 출시를 유도할 전망이다.
이통업계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평균 데이터 이용량을 적용해 요금제를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5G 데이터 이용량 분포도는 오른쪽 꼬리가 매우 긴 비대칭 분포 형태를 띠고 있다. 100GB 이상을 사용하는 소수 사용자들이 평균값을 올려놓는 구조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수백GB를 사용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사용량이 중간요금제 제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요금제 출시에 나선다고 해도 과기정통부가 요구하는 수준과 간극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5G 요금제 다양화 문제가 지적된 이후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에 중간요금제 출시와 함께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 경우 현재 거론되고 있는 20~30GB 용량 중 30GB 이상을 이통사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 관계자는 “30GB 이상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5만원대 후반에서 6만원대 초반 수준에 요금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중간요금제 출시에 부정적인 것은 중간요금제가 출시되면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 중 상당수가 중간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ARPU 하락을 막을 수 없다. 앞서 SK텔레콤이 지난해 6만9000원에 110GB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당시 기준 7만5000원에 200GB, 8만9000원에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사용하던 이용자 중 상당수가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일부에서는 ARPU 하락시 여전히 진행 중인 5G 전국망 인프라 투자에 이통사가 소극적으로 변할 것을 우려한다. 4월 말 기준 5G 전체 기지국 수는 약 21만개로 100만개가 넘는 롱텀에벌루션(LTE) 기지국 개수에 훨씬 못 미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새로운 요금제 도입은 이용자 선택권 강화가 최우선으로 고려될 것”이라며 “이통사업자와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