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매매까지…코인정보방 불법 온상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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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투자 정보를 공유한다며 이용자를 끌어모았던 텔레그램 채팅방들이 온갖 불법 거래의 온상인 '사이버 뒷골목'으로 전락했다.

2일 낮 12시 기준 이용자 2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B 텔레그램 방에는 매일 마약 매매, 통장 거래, 불법 프로그램 거래 등 각종 불법거래 홍보 게시글이 시간당 수백개씩 올라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텔레그램방은 가상자산 '에어드롭'을 비롯한 이벤트 참여를 통해 무료로 돈을 벌 수 있다며 이용자를 모아놓은 채팅방이다. 실질 이용자가 빠져나가고 운영자가 관리를 중단하면서 불법거래 플랫폼으로 변질됐다.

'24시 A병원 메디컬 센터'라며 국내 유명 병원 브랜드를 사칭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홍보글은 마약류 판매 채널로 추정된다. 이들이 판매하는 '떨' 또는 '떨액'은 '아이스크림' '럭셔리 젤라또'라는 이명으로 표기되고 있으나 이는 대마류를 칭하는 은어다.

이밖에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나 포도허브, 원석케이 등 마약 종류별 홍보글도 올라온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통한 무통장 입금이 확인될 경우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보관한 장소가 있는 좌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유통하는 일명 '던지기'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마약류 광고는 온라인 상에서 올려놓기만 해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정 시간 광고를 퍼나른 계정을 즉각 폐기함으로써 손쉽게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

은행통장을 사고파는 거래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개인계좌보다 다양한 사기에 활용할 수 있는 법인계좌 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령법인 설립 후 해당 법인 명의 계좌를 여러 개 개설시키는 '법인장'만 전문 거래하는 브로커도 늘고 있다. 브로커는 '입금 받기 좋은 법인명'을 제공한다고 홍보하면서 '자금세탁'은 서비스라고 홍보하고 있다.

법인장을 확보한 범죄자들은 이를 유사수신이나 가상자산공개(ICO) 사기에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망한 프로젝트라고 투자자를 속여 가상자산을 선매입하도록 유도한 뒤, 사기인 것이 들통나면 잠적하는 방식을 반복한다. 가짜 가상자산거래소를 만들어주겠다는 홈페이지 제작업 용역, 잠재적 피해자가 될 이용자의 데이터베이스(DB)도 해당 텔레그램 방에서 함께 거래 중이다.

홍보나 어뷰징을 위한 불법 프로그램을 맞춤 제작해 준다는 홍보도 횡행하고 있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광고글을 무한 퍼 나르는 '오토 홍보기',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을 도보하는 '뿌튀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광고 댓글을 퍼나르는 댓글작성 프로그램 등을 제작해 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