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미국)이 결국 오일머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8일(한국시간) 필 미켈슨이 리브 인터내셔널 시리즈 합류를 조건으로 3000만달러(한화 약 375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LIV 인터내셔널 골프시리즈는 슈퍼골프리그(SGL)의 새 이름으로 사우디아라비가 국부펀드의 후원을 받아 PGA를 넘어서는 골프리그 창설을 준비해왔다.
미켈슨의 LIV 인터내셔널 합류는 예견됐었다. 슈퍼골프리그를 두둔하며 미국프로골프(PGA)와 각을 세우다 백기를 들었지만 오랜 후원자까지 잃은 뒤 결국 '돈'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 게 사실이다. PGA 투어에서 설 자리를 잃은 미켈슨이 3000만달러의 계약금에 두둑한 대회 상금까지 챙길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6월 9일 영국에서 개최되는 첫 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8개 대회가 열리는 리브 인터내셔널 시리즈는 대회 당 총상금이 2000만달러에 달하고 컷오프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최하위에 그쳐도 12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미켈슨은 슈퍼골프리그 창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PGA와 각을 세웠다.
미켈슨은 “PGA 투어는 역겹도록 탐욕적이다”라고 주장하며 PGA를 비판했다. 또 “투어가 수익의 26%만 (선수들에게) 준다”는 등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미켈슨의 편이 아니었다. 미켈슨은 2004년부터 자신을 후원해온 캘러웨이로부터 후원 중단을 통보받았고 메인스폰서인 KPMG도 등을 돌렸다. 결국 미켈슨은 지난 2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압박과 스트레스가 심해 휴식이 필요하다”며 “자숙하며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후회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미켈슨이 LIV 인터내셔널이 올해 개최하는 8개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걸 조건으로 3000만 달러의 거금을 선불로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켈슨은 최근 PGA투어에 LIV 인터내셔널 시리즈 출전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자숙하겠다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미켈슨이 US오픈과 PGA챔피언십에 출전 신청을 내며 복귀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LIV 인터내셔널 시리즈 출전을 위한 명분 쌓기일 뿐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편 리브 인터내셔널 측이 5월말 출전 선수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텔레그래프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리 웨스트우드, 이안 폴터(이상 잉글랜드) 등도 LIV 골프 인터내셔널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